지난 7월2일, 미국 정부와 사회는 민권법 제정 60주년을 기념했다.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
지난 7월2일, 미국 정부와 사회는 민권법 제정 60주년을 기념했다.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입법이다. 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제목 ‘그린 북’은 인종차별이 혹독했던 남부에서 흑인들이 그나마 이용할 수 있었던 숙박시설 등을 정리해 놓은 책을 말한다. 민권법 시행에 따라 노예해방 선언 후 10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공중이용시설의 인종분리가 철폐된다.
민권법은 당연히 격렬한 정치적 반대에 부딪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민권법 제정을 약속하고 1963년 6월 법안을 발의했지만 바로 다음해 대선에서 남부의 지지를 잃을 것을 우려했고, 의회에서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1963년 11월 케네디 암살에 따라 민권법의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었다. 지금의 정치 상황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지만 공화당은 원래 ‘에이브러햄 링컨의 정당’이다. 남부는 남북전쟁에서 자신들을 굴복시킨 북부의 공화당을 용서하지 않았고, 이후 남부는 민주당의 텃밭이 된다. 민권법 제정 당시 남부 출신 상원의원은 단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민권법이 제정되자 남부의 민주당 의원들은 대거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이에 따라 백인 유권자의 지지 또한 이동하여 남부는 공화당의 아성으로 변모한다. 반대로 민주당은 동·서부 연안 도시지역 유권자와 흑인 등 소수인종을 지지층으로 삼게 된다.
민권법의 대표적 성과는 인종분리 철폐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2020년 보스톡 대 클레이턴 카운티 판결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조항을 근거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직장 내 차별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진보 대법관이 아니라 법원은 엄격하게 법률 문언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보수파 닐 고서치 대법관이 집필했다. 1960년대에 성소수자를 염두에 두고 민권법이 제정되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일단 차별 금지라는 방어막이 구축되면 그 대상은 원래 의도했던 소수자에 한정되지도 않고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작동한다는 점을 민권법의 역사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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