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마음 읽기] AI 시대 소설의 미래, 우울한 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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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마음 읽기] AI 시대 소설의 미래, 우울한 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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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어보니 이제는 그 얘기가 『한낮의 우울』에는 나왔고, 『프로작 네이션』에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대중소설 시리즈를 제작해 판매하려는 출판사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 인공지능이 쓴 원고를 출판사 대표가 '내가 썼다'거나 '본인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얼굴 없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면 압수수색이라도 해서 진위를 밝혀야 하나? ‘인공지능이 쓴 소설은 읽지 않는 것이 윤리적인 독서’라고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탁월한 수준의 작품을 써내는 작가들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우울증 환자들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주변 세상을 더 정확하게 본다’는 말을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챗GPT에게 물어보니 엘리자베스 워첼의 『프로작 네이션』에 처음 나온 말이라고 한다. 내가 기억을 더듬어 “그거 혹시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에서 먼저 나온 얘기 아니야?” 하고 다시 물어봤더니 자기가 틀렸고 내 말이 맞는단다. 죄송하단다.

많은 칼럼의 필자들이 입을 모아 인공지능이 세상을 엄청나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인공지능의 결과물들에는 평가가 묘하게 인색했다. 인공지능이 쓴 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에는 인간 창작자만이 담을 수 있는 ‘뭔가’가 없다고 했다. 그 ‘뭔가’는 지혜나 통찰, 깊은 맛, 진정성, 자기 서사, 뭐 그런 것인 듯했다. 인간의 그림과 인공지능의 그림을 블라인드 테스트로 구분할 수 있을지, 솔직히 나는 자신 없는데. 그런데 나는 내가 속한 업계에서 인공지능이 일으킬 변화를 예상하며 자꾸 우울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인공지능은 이미 어설프게나마 소설을 쓴다. 엄청나게 탁월하지는 않더라도, 그럭저럭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그리고 그런 날이 오면 그럭저럭 수준인 소설을 쓰는 인간 소설가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인간 소설가들은 그런 작품을 쓰는 데에도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리는데, 인공지능은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을 하루에도 몇십 편씩 뚝딱뚝딱 내놓을 테니 말이다. 인간이 쓴 소설은 턱없이 비싼 수공예품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탁월한 수준의 작품을 써내는 작가들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탁월성이 어떤 부분인지 드러나게 될 테다. 그러면 탁월한 작가는 바로 그 탁월한 부분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인공지능이 맡아 하는 분업이 이뤄질 것 같다. 뛰어난 인간 소설가가 플롯을 짜고 문장은 인공지능이 쓴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인공지능이 쓴 글의 문장을 인간 소설가가 다듬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 새롭고 효율적인 소설 생산 방식에서 인간 작가의 위치는 프로듀서나 예술 감독 정도로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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