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보 경제학자가 진단한 한국 산업 경쟁력 약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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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보 경제학자가 진단한 한국 산업 경쟁력 약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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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서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유럽은 RE100을 내세워서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유럽과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세금 깎아주겠다는 걸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붙잡기 어렵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6.29 ⓒ민중의소리

이르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부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망대로라면 한국 무역수지도 일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여전히 걱정이 크다. 반도체 업사이클이 과거처럼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 경제가 이른바 혁신형 경제로 이행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대표적인 게 IT, 콘텐츠, 바이오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 분야에서 혁신은 도전 기업의 새로운 상품이 기존 기업의 상품을 대체하면서 발전하는 식으로 일어난다. 유럽이 내셔널 챔피언 지원을 통한 경제 성장이 막히자 나온 게 슘페터주의 성장 이론이다. 혁신형 성장으로 갈 때는 투자가 아니라 기회와 유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오는 10월부터 철강·알루미늄·비료 등 6대 품목의 수입품에 대해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행한다. 오는 2026년부터는 수입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이 EU 기준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만큼 탄소배출권을 사도록 한다. 향후 CBAM 적용 품목이 확대될수록,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 내 공장은 경쟁력이 약해진다.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는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지자체·관계부처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원 전략을 논의하고, 착공 이후 7년가량 소요되는 부지조성 공사 사업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전력·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에 밀착하는데,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는 본다. 다만, 그러려면 반대급부로 받는 게 있어야 한다. 미국 IRA는 북미에서 전기차를 조립하면 보조금을 준다.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역내 지위를 줬다. 나프타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왜 못 받나. 한미FTA가 있다. 미국과 FTA 맺은 나라는 얼마 없다. 게다가 캐나다·멕시코와는 군사 동맹도 없다. 한국도 역내 지위를 받아 내야 한다. 친미를 하면 받아야지. 그런 걸 못 하면 도대체 친미 하는 이유가 뭔가.”“쓸데없이 중국을 도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대만 관계를 왜 남북 관계에 비유하나. 얻은 게 뭔가. 중국을 분노하게 만들고. 미국이 특별히 좋아해 줄 것도 아니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 없다. 중국도 한국 군사동맹을 알고 한국이 안보적인 이유에서 어느 정도 미국 측에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미국이 반도체에 관해 동맹국을 휘어잡는 것도 안다.

재벌 감세와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순된 정책은 재정의 역할을 마비시키고 사각지대를 키운다. 박 교수는 “지금 국면에서 중요한 건 취약계층 보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을 고수하겠다는 건 취약계층 보호에 돈을 안 쓰고, 재벌 감세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근본적으로, 혁신성을 잃은 제조업 경쟁력을 살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재벌 대기업 중심의 전속거래가 혁신 유인을 해진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전속거래는 대기업 원청이 중소 하청을 상대로 자신하고만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거래 행태를 이른다. 원청에 종속된 하청은 협상력을 상실한다. 원청이 납품 단가를 후려쳐도 적정 대가를 요구하지 못한다. 기술을 빼앗겨 사업이 무너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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