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 무비] ②20년 전 만우절에 떠난 장국영과 아비정전 | 연합뉴스

[이슈앤 무비] ②20년 전 만우절에 떠난 장국영과 아비정전

[※ 편집자 주=영상이 문자를 압도하는 시대를 맞았습니다. 연합뉴스는 OTT 시대에 발맞춰 전북지역 현안과 사건·사고를 톺아보고 이를 영화, 문헌과 접목해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하는 기사를 2주에 한 번씩 10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 홍콩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24층에서 투신해 숨을 거뒀다.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 났지만,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아비정전은 깊은 사랑을 경계하는 바람둥이 아비와 수리진, 루루 등 두 여자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1960년 홍콩, 친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양어머니 품에서 성장한 아비는 진실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바람둥이인 그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축구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을 찾아간다."4월 16일 오후 3시, 당신은 나와 함께 했어. 당신 덕분에 난 그 1분을 기억할 거야.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나는 이 1분을 지울 수도 없어. 그건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으니까."수리진은 홀린 듯 아비를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길 원하지만, 구속을 싫어하는 아비는 그녀와 거리를 둔다. 수리진은 결혼을 거절한 아비를 떠난다. 아비는 댄서인 루루와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가지만, 이들의 관계 역시 오래가지 못한다. 아비는 생계를 책임지겠다며 깊은 관계를 요구한 루루에게 이별을 통보한다.아비는"단 한 번이라도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싫으시다면 나도 보여주지 않을 거다"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걸어간다. 영화 내내 나른했던 아비의 가장 씩씩한 모습이다.아비정전은 상실과 사랑을 갈망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겨우겨우 숨 쉬는 아비에 대한 깊은 연민으로 가득하다.199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인들의 불안한 정서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친모에 대한 트라우마와 콤플렉스에서 온 오랜 결핍은 아비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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