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환경·인권 대통령 바이든, 경제로 무너지나
정열 기자=환경과 인권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 위기로 휘청이고 있다.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주가가 폭락하고 자산시장이 붕괴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유가와 물가 상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탓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바이든의 정책이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의 패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1월 20일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와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 철회 등 15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기후변화 대응보다는 경기 활성화를 우선시했던 트럼프와는 정반대로 환경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도 했다.그러나 '환경 대통령'을 표방한 바이든의 운명은 고유가로 촉발된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풍전등화다.소비자들의 생활과 직결된 휘발유 가격은 1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 전염병 대유행 기간 2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야후뉴스와 유고브가 지난 10∼13일 미국 성인 1천541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 가상대결에서 응답자의 42%가 바이든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고, 44%는 트럼프를 찍겠다고 답한 것이다.특히 응답자의 61%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운용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역시 3주 전 조사보다 더 나빠진 수치다.바이든은 지난 10일 연설에서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에 대해"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고유가의 주범이 석유회사라는 듯한 발언을 했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고 있다.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가 아직 안정적인 전력원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급격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에너지 수급 불안 사태를 초래했고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폭등을 불렀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전력망이 불안정해진 배경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치솟은 에너지 가격도 민주당의 반 화석연료 캠페인을 저지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전임자인 트럼프가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북한 등 인권 후진국 지도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과 차별화한 노선이기도 했다.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발생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라며 그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국제무대에서 그를 '투명인간' 취급한 것이다.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의 의도적 홀대에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빈 살만 왕세자는 유가 급등세를 잡기 위한 미국 정부의 원유 증산 요청을 여러 차례 거부했다.석유수출국기구를 사실상 주도하는 사우디의 비협조는 고유가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바이든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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