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선의 소설 「구들 밑에 일군 밭」
한미선 소설집 ‘구들 밑에 일군 밭’의 표지는 배롱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의 고향집에는 오래된 배롱나무가 있었고, 이 소설집에는 여러 차례 배롱나무가 등장한다. ⓒ도서출판 말
을 읽는 내내 그 여름에 마지막으로 본 사촌을 생각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나는 방학의 시작과 끝을 제물포역 언덕 너머 사촌들이 있는 숭의동 외가에서 보냈다. 우리 가족이 살았던 도시였고, 엄마가 태어난 집이었다. 사촌과 사촌의 누나. 내가 그들을 더 사랑했는지 그들이 나를 더 사랑했는지 생각해본다. 시간의 무게로만 본다면 내가 더 사랑했다. 사촌은 스물네 살에 강물에 뛰어들어 돌아오지 못했고, 사촌의 누나는 어느 봄날에 쓰러져 깨어나지 못했다. 그들이 나를 사랑했던 시간보다 내가 사랑했던 시간이 길다. 아카시아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 금수의 엄마, 과부 아줌마가 집을 나갔다. 금수가 엄마의 머리채를 잡고 살기 어린 행패를 부린 뒤였다. 동네 사람들은 그의 정신병이 점점 심하게 도지고 있다고 수군댔다. 소를 살 때 돈을 빌려준 빚쟁이가 돈 대신 소를 끌고 가려 했다. 금수는 도끼를 들었다. 소가 사라졌다. 금수가 소를 도살해 버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언제나 고요했고, 고요가 지나쳐 괴괴한 느낌마저 드는 음침한 분위기'였던 금수네 집 마당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금수가 망치와 곡괭이로 방의 구들장을 부쉈다. 구들을 부수고 돌덩이, 흙덩이를 들어냈다. 아니, 어디에서 자려고······ 부엌 바닥도 파헤친다. 자기만이 다닐 수 있는 통로만 간신히 남기고 처마 밑부터 마당 구석구석까지 땅을 파헤쳐 흙을 다지고 고랑을 만든다. 구들 밑 땅마저 밭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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