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젊고 전도양양한 너희를 집현관에 임명한 이유는 글을 익혀서 실제 효과를 나타내라고…. 하지만 직무 때문에 독서에 힘쓸 겨를이 없으니, 이제부터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글을 읽어 성과를 나타내라.”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셰익스피어 휴가’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관리들에게 3년에 한번씩 유급휴가를 주는 대신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빅토리아 시대보다 무려 400년 이상 앞선 조선의 세종대왕이 그와 같은 제도를 시행했으니 말이다.독서휴가자의 자격은 ‘통훈 이하 문신으로서 문학이 뛰어난 자’로 규정됐다. ‘독서당계회도’의 화면 아래에는 모임 참석자 12명의 명단이 보이는데 이들의 호와 이름, 자, 본관, 생년, 사가독서 연도, 과거 급제 연도, 부친이나 형제 등의 인적사항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을 연 주세붕, 가사 ‘면암정가’로 유명한 송순, 성리학의 대가인 송인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종은 1420년 학문 연구기관인 집현전을 만들어 인재를 양성하려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집현전의 업무가 너무 과중했다.
과연 정인지는 예겸과의 ‘창화’ 대결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을 발휘했다. 은 “예겸이 정인지에게 ‘그대와 나누는 하룻밤 대화가 10년 동안 글을 읽어서 얻는 소득보다 낫다’고 했다”고 전했다. 1557년 9월14일 예조판서 홍섬은 “소신이 중종조에 독서당에 뽑혀 거의 10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년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였을 것이다. 그래도 3년 이상 책을 읽었다는 실록 기사가 보인다. 과거합격자 중 상위권인 갑과까지 포함하면 113명에 달했다. 아무래도 과거 성적이 좋은 이들이 독서휴가의 혜택을 더 받았다는 얘기다. 또한 300명 가운데 훗날 정3품 이상의 당상관에 오른 이가 217명에 이르렀다.특히 학문와 도덕을 겸비한 선비만이 맡을 수 있다는 대제학은 반드시 ‘독서당 출신’이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예컨대 1604년 10월16일 대제학의 물망이 오른 좌참찬 류근은 “제가 적임자라서가 아니라 일찍이 사가독서를 했다는 이유로 전례에 따라 후보가 된 것에 불과하다”고 극구 사양했다.세종 이후 문종~인조조 사이에 외교접대사신이 된 18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16명이 ‘독서휴가자’ 출신이었다. 세종연간에 독서휴가의 명을 받은 성삼문과 신숙주 등은 공조판서 정인지와 함께 1450년 명나라 사신 예겸과의 ‘시문배틀’에 임했다. 예겸은 이 세사람과 시 대결을 펼친 뒤 이때 주고받은 시 37편을 뽑아 길이 16m의 두루마리 시권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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