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교 예술교육 ➃] 본 적도 없는 연극을 완성해낸 시골학교 아이들과 예술강사newsvop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2000년에 시작돼, 2023년 현재 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공예, 사진, 디자인 8개분야 5,021명의 예술강사들이 8,693개 초중고등학교에서 260만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학교예술강사 중 기존 경력강사 일정비율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예술강사들의 반발, 국회의 우려로 정부는 지침을 재검토하는 중이다.예술강사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예술강사 당사자들과 학부모, 교수, 교사들은 정부방침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나의 첫 학교는 전교생 36명의 작은 시골학교였다. 그때 오셨던 예술강사는 연극 선생님이었다. 3~6학년 아이들에게 처음에는 연극놀이를 알려주시고, 1년 뒤에는 학예회에서 연극을 올렸다. 연극 선생님이 찍은 프로필 사진을 보며 “다른 사람 같다”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천안에서 활동하던 연극 배우였고, 연극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에 당진까지 오가며 예술강사를 하시던 분이었다. 연극이라는 걸 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우고, 대본을 이해하며 대사를 치고, 결국엔 완성된 연극을 올릴 수 있게 된 건 ‘찐으로’ 연극을 하시던 예술강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취기준은 생활화이다. 생활 속에서 예술을 일상적으로 즐기고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든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구성 되어야한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며 교과교사가 모든 예술교육을 담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미술에서도 회화, 조소, 공예, 판화, 사진,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데 미술 교사가 모든 분야를 다 전공할 수가 있는가? 초등학교 음악 교과의 절반이 민요로 되어있지만 이를 초등교육 전공인 초등교사가 온전히 지도하기엔 한계가 있다. 국어는 한 학기마다 극본을 이해하고 실제 연극을 해보도록 교육과정이 되어있지만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시수에 이것을 다 하기란 무리이며 연극에 대한 이해가 높은 교과 교사를 찾기도 힘들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예술강사이다.
예술강사들은 처음 진흥원에 들어올 때 엄격한 선발절차를 거쳐 들어왔고 예술강사로서의 자질과 자격을 인정받았다. 교사들이 매년 임용시험을 보지 않는 것처럼, 진흥원은 예술강사로서의 자격을 인정해줘야 한다. 또한 그동안 진흥원 소속 예술강사로서의 경력 또한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진흥원의 대량 해고 예고는 예술강사들의 고용을 가지고 진흥원이 노동자를 통제 하고 탄압하는 것이다. 초단시간 노동자에, 다른 여타의 강사들에 비해 강사료도 적은 현실에서 고용까지 불안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학교는 전국 곳곳에 있고, 해남 땅끝마을에도 아이들은 있다. 이들에게 예술교육은 필수적이며 이를 돕고 지원할 예술강사를 더 많이 지원하고 안전하게 고용해야 한다. 예술은 수도권과 멀어질수록 인프라가 더 적어질 수밖에 없고, 시골 학교일수록 예술 강사가 배치되는 비율 또한 낮아진다. 예술강사들에게 이동거리에 따른 교통비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현실에서 시골학교 학생들이 예술강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더 적어질 것이다. 예술강사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이들의 보수가 안정적이어야지만 질 높은 예술 교육이 유지될 수 있다. 현재 예술강사들은 초단시간 노동자라고 해서 퇴직금을 주지 않고, 직장건강보험 적용 같은 기본적 사회보장도 되지 않고 있다. 예술강사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예술강사의 삶을 벼랑 끝에 내모는 해고는 안 된다. 나는 교사로서 정당하지 못한 예술강사 해고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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