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리플레이]여성 대상 범죄 계속되는데…살인자 ‘그녀’의 악마성만 부각

여성 대상 범죄 계속되는데…살인자 ‘그녀’의 악마성만 부각 뉴스

[위근우의 리플레이]여성 대상 범죄 계속되는데…살인자 ‘그녀’의 악마성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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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녀가 죽었다. 20대 남성 최모씨는 지난 5월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그렇게 한 명의 여성이 남성에게 또 죽은 날...

또, 그녀가 죽었다. 20대 남성 최모씨는 지난 5월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그렇게 한 명의 여성이 남성에게 또 죽은 날,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U+모바일tv엔 LG U+의 스튜디오 X+U와 MBC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가 공개되었다. 이은해, 엄인숙 등 여성들이 저지른 유명 강력범죄 사건 다섯 가지를 소개하는 시리즈로, 공개된 첫 에피소드에서는 고유정 사건을 다뤘다. 여성의 죽음에 대한 소식과 죽이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 이 간극엔 회피하기 어려운 모순적 긴장이 존재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3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138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교제관계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는 2019년 방영한 SBS ‘아내의 비밀과 거짓말-고유정은 왜 살인범이 되었나?’ 편에 자극적인 디테일만 가득 덧붙인 수준이다. 가령 에선 고유정이 전남편 살해 후 김포의 한 마트에서 방진복 등을 구입하다가 덧신을 서비스로 받고 미소 지은 것을 강조하고 방영 후 언론 역시 이를 충격적이라 보도했다. 마찬가지로 에선 유족 법률대리인을 통해 살인 이후에 고유정이 펜션 주인에게 ‘감사합니당’, 아들에게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 “애교 섞인 말투”를 썼다는 디테일을 추가한다. 분명 고유정은 공감 능력이나 도덕 감정이 부족한 악인이자 끔찍한 범죄자이며 조금이라도 이해나 연민을 구할 구석은 없다.

고유정이 피해자인 전남편과 함께 찍은 생일 축하 홈비디오로 시작되는 1화는 그가 아이에게 자신을 지칭한 “엄마는”이라는 말소리를 반복 재생하며 AI로 학습시킨 뒤 고유정의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재현한다. “고유정이고 서른일곱입니다.” 피의자 신문조서에서의 발언이다. 이어 말한다.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이었습니다.” 의견서에 있던 문구다. 이 도입부는 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범죄자가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걸 듣는 듯한 경험은 너무 직접적이라 소름끼친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이나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현장을 누비는 기자 혹은 PD는 사건을 매개하는 전달자의 존재를 가시화한다. 반면 내레이션을 AI가 재현하는 고유정 진술로 대체한 는 마치 매개와 해석을 거치지 않고 범죄에 대한 사실을 그대로 마주하는 듯한 경험을 준다. 하지만 두 개의 서로 다른 문서를 더해 마치 고유정의 자기소개처럼 구성한 AI 목소리가 그러하듯, 그것은 사실의 조각을 이어붙인 재구성이다.

이쯤 되면 제작진이 주장한 선한 의도가 실패했다기보다는 그냥 사후적으로 덧붙인 변명이나 거짓말 혹은 자기기만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무엇보다 굳이 여성 범죄를 따로 다룬 이유를 말하면서 동시에 “성별을 떠나서” 봐달라는 당부부터 모순적이었다. 그토록 수많은 남성 범죄들 사이에서 고유정과 이은해의 이름이 안 좋은 의미로 상징적 지위를 갖게 되는 것부터 이미 성별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이다. 에선 엄마로서 아이가 있던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제주도 지역사회의 민심을 다뤘다. 그 분노를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2021년 동거녀의 20개월 된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해 살해한 계부의 사건에 대해선 고유정처럼 가해자 이름이 알려지지도, 어떻게 아빠로서 그럴 수 있느냐는 비난이 따르지도 않았다. 모성의 배반에 유독 공분의 가중치가 붙는 것이 성별과 무관한 일일 수 있을까.

말미 피해자의 사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폐쇄회로TV 장면에 대해 담당 형사는 “저런 여자가 있구나, 세상 참 무섭다”고 했고 제작진은 이 문구를 자막으로도 강조했다. 김상중이 느꼈던 충격도 그것 아니었을까. 저런 ‘여자’가 있다는 것. 수많은 남성 범죄자는 성별과 무관한 범죄자 일반이지만, 여성 범죄자는 저런 ‘여자’이자 천륜을 어긴 엄마로서 충격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들이 끔찍한 악인이란 것과 별개로 고유정과 이은해라는 이름이 수많은 남성을 제치고 악마성의 상징적 기호가 되는 과정은 성별을 떠날 수 없으며 실은 그것이 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름 모를 그녀들의 죽음엔 한없이 익숙해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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