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의 바프 촬영, 기세와 독기의 여성 예능인 생존기 박나래의 대표 장르는 리얼리티쇼도, 토크쇼도, 공개 코미디도 아닌 기세다. 정확히는 기세의 장르화라 해도 되...
여성 코미디언 박나래가 MBC 예능 에서 ‘나래Bar’를 공개하고 있다. MBC 화면 캡처박나래의 대표 장르는 리얼리티쇼도, 토크쇼도, 공개 코미디도 아닌 기세다. 정확히는 기세의 장르화라 해도 되겠다. 지난해 여름 MBC 에서 “비키니는 기세”라는 명언을 남기며 수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그는, 최근 에선 ‘팜유즈’ 멤버인 전현무, 이장우와 함께 바디프로필 촬영에서 갈고 닦은 근육과 화면을 장악하는 기세로 셋 중 가장 인상적인 결과물을 남겼다. 으로 최고의 예능인이 되기 전에도 그는 이미 tvN 에서 패딩을 겹쳐 입고 이마를 넓힌 분장으로 마동석을 연기해내며 화제가 됐던 바 있다. 그의 키가 15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살짝 비대칭으로 불량하게 뜬 눈으로 “마, 동석입니다”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그는,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무엇보다 한 치의 민망함이나 어색함 없는 자기 확신의 기세로 마동석으로서의 존재감을 납득시켰다.
견갑에 숨길 수 없이 새겨진 지난 4개월 간 치열한 운동의 흔적처럼, 박나래의 경력에는 생존과 성공을 위해 아득바득 버티고 발버둥친 자국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처음부터 완성형 스타였던 이영자나 콩트 연기의 천재인 강유미와 김신영 같은 당대의 재능들조차 남성 대비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한국 예능의 현실이다. 박나래는 그들과도 달랐다. 수많은 스타 개그맨을 배출한 KBS 의 전성기에도 주역이 아니었으며, 과감히 망가져도 비호감으로 찍히기 일쑤였다. 뭐라도 달라질까 싶어 성형도 해봤지만 크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러자 성형에 대한 자조적 개그를 했다. 예능인의 기세란 거의 대부분 많은 기회와 호의적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것이 허용되지 않자, 박나래는 아예 스스로 기세를 연기, 연출해냈다.
이제는 둘을 떨어뜨려 생각하기 어려운 과의 관계도 돌이켜보면 생존의 과정에 가깝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더욱 남성 호모소셜이던 프로그램 분위기 안에서 때로는 나래Bar의 주인장, 때로는 남성 출연자들의 ‘썸녀’ 콘셉트, 때로는 섹슈얼한 긴장감을 모두 제거한 무성적인 가족 역할을 수행하며 자기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의 많은 남성 간 관계가 하다못해 지저분한 위생 관념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호형호제, 도원결의 등의 말로 자연스럽게 맺어진다면, 박나래에겐 그 모든 관계가 당연한 것 하나 없는 고군분투의 결과다. 여성, 특히 여성 코미디언이 생존하기 어려운 한국 예능의 생태에서 박나래의 성공기는 그래서 엄혹한 생존기다. 가령 결별 이슈로 전현무와 한혜진이 동시 하차한 2019년 에서 MC 역할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끌면서 그해 MBC 방송연예대상을 수상했지만, 상황만 따지면 영예로운 승진보다는 유리절벽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바디프로필을 찍고 자신의 지난 4개월의 독한 노력을 돌아보던 박나래의 눈물이 안쓰럽고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은 건 그래서다. 자기 잘못도 아닌 성대 수술로 인한 운동 공백기를 자책하고, 그토록 노력해서 근육을 만들었음에도 결과물이 안 좋을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그의 태도엔 그가 생존을 위해 충족해야 했던 이중적 기준의 흔적이 남아있다. 독하게 노력해서 사랑받되,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한없이 여린 모습 역시 증명해야 한다. 남성도 노력하지 않으면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성은 노력한 만큼의 몫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건방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독기 있게 아득바득 정상에 올라온 입지전적 여성이라면 더더욱. 그토록 좁은 문을 통과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된 박나래가 대단한 게 사실인 만큼, 그에게 적용되는 사랑 받을 기준이 부조리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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