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현실]영조의 개혁

새 차도 몇 년 타면 고칠 곳이 생긴다. 관리를 잘하면 그 시기를 좀 늦출 수 있지만, 결국 수리할 곳이 늘어난다.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들도 다르지 않다. 어떤 제도나 특정한 시점의 사회적 필요와 조건에 의해 만들어진다. 세월이 흘러 필요와 조건이 달라지면 그 제도는 처음처럼 효율적이지 않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자동차처럼 제도도 고...

새 차도 몇 년 타면 고칠 곳이 생긴다. 관리를 잘하면 그 시기를 좀 늦출 수 있지만, 결국 수리할 곳이 늘어난다.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들도 다르지 않다. 어떤 제도나 특정한 시점의 사회적 필요와 조건에 의해 만들어진다. 세월이 흘러 필요와 조건이 달라지면 그 제도는 처음처럼 효율적이지 않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자동차처럼 제도도 고쳐가며 쓰든지 폐기해야 한다.

이조 낭관은 정5품 정랑과 정6품 좌랑의 통칭이다. 조선 왕조는 문관이 무관보다 강했다. 이조는 문관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부서였다. 그런데 조선 왕조의 인사행정은 오늘날 우리 짐작과 크게 달랐다. 문관 인사에서 사실상의 권한을 장악한 사람은, 왕도 아니고 장관이나 차관에 해당하는 이조 판서나 참판도 아니었다. 그 실질적 주관자는 이조 정랑과 좌랑이었다. 이조 판서도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었다. 이조 정랑과 좌랑을 합해 이조 전랑이라고 불렀다. 전은 저울대이다. 이조 전랑의 힘은 정승 못지않았다. 이중환은 저서 에서 이조 전랑이 “별다른 사고가 없으면 평보로 정승과 판서에 오른다”로 썼다. 20대 후반~30대에 이조 전랑을 지내면 뚜벅뚜벅 걸어서 정승과 판서가 됐다는 말이다. 전랑의 권한은 15세기 후반 사림이 등장하던 무렵 조선의 사회적 분위기와 조정의 상황에서 가능했다. 당시 사림은 기득권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존재였다. 16세기에 사림정치가 정착되면서 전랑권이 조정의 인사 관행으로 정착되었다. 전랑권은 조정에서 권력 전횡을 막는 장치로 오래 기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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