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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환율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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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환율 논쟁
환율논쟁환율 상승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위기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급락(환율 상승)한 이유가 통화량 증가에 있다는 ‘한은 책임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의 올 1~10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895억8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다. - 에디터 프리즘,환율,논쟁,환율 상승,최근 고환율,환율 불안,금융시장,OPINION

금융시장 환율 불안 에 휩싸여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위기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례적인 것은 한국은행의 대응 방식이다. 한은은 최근 ‘10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를 발표하며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라는 별도의 보고서를 배포하고 브리핑까지 자처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급락한 이유가 통화량 증가에 있다는 ‘한은 책임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시중에 풀린 돈은 매달 사상 최대를 갈아치우고 있다. 10월 광의통화 평균 잔액은 전월보다 0.9% 증가한 4471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늘었다. 9월 기준 한국의 M2 증가율은 8.5%로 미국의 2배에 가깝다. 원화가 달러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풀렸다는 건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한은은 M2 증가량 중 상당 부분을 수익증권 증가량이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유동성이 공급됐다기보다는 주식 매각 대금 중 일부가 상장지수펀드로 이동하는 등 자산 구성 변화 과정에서 통화량이 급증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한다. 또 환율 상승은 해외 증권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외화 보유 성향 강화 등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 통화량 하나로 설명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배경에는 환율 흐름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0.44원이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월 이후 월평균 기준으로 가장 높다. 최근 고환율 흐름은 달러가 강해서가 아니라 원화가 유독 약해서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장중 1480원까지 떨어지는 등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유로, 파운드, 호주달러 등 주요국 통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의 주장대로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통화량뿐만 아니라 수급 등 복합적이다. 한국은 2019년 3월 이후 83개월간 최장 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올 1~10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895억8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많아지면 원화가 강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화 가치가 바닥을 헤매는 건 그만큼 나가는 돈도 많다는 뜻이다. 올해 1~10월 국민연금과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899억 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웃돌았다.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자본 유출로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은 일본이 겪었던 사례와 유사하다. 저금리를 피해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한국의 ‘서학 개미’도 해외로 눈을 돌린다. 여기에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늘고 있고 해외법인의 달러 보유 성향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금리 인하에다 정부의 확대 재정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은 경기 회복보다 자산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원화 약세는 성장 동력이 약화했다는 신호다.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2%를 밑돌고 있다. 매년 2% 이상 성장하고 있는 미국보다 현저히 낮다. 여기에 미국 금리는 한국보다도 높다.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 원화가치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환율 방어 역할을 강조하고, 정부가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을 압박하는 조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않는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간재를 수입, 가공하는 중소기업이나 물가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국민 노후자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고,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은 결국 그 나라 경제의 잠재력을 반영한다.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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