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책임회피’라는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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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큰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상대는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아버지와 ...

대학 다닐 때 큰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상대는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아버지와 함께 그를 찾았다.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당신은 상대에게 “자식을 잘못 기른 제 탓”이라며 무조건 고개를 숙였다. 민망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마 아버지와 나란히 걷지 못하고 몇 발짝 떨어졌다. 뒤에서 본 아버지의 어깨는 왜소해 보였다. 뭔가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말을 붙였다. “아버지….” 흘깃 뒤돌아본 아버지의 말은 간결했다. “됐다. 공부나 해라.” 꾸벅 인사드리고는 학교로 가는데 다시 돌아본 아버지의 등판은 참 넓어 보였다.나로 인해 아버지가 남에게 고개 숙여야 했던 그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편이 아리다. 아들은 그날 이후 더 이상의 일탈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사과는 부모로서의 ‘도의적 책임’이었다. 도의적 책임이란 ‘개인의 양심이나 사회적 통념에 의한 윤리적인 책임’이라고 은 설명한다.

“군자는 자신에게 책임을 묻고, 소인은 남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공자의 말을 꺼내는 것은 비루해 보인다. ‘도의적인 책임’이 사라진 시대다. 리더는 사사건건 시비를 가려 책임자를 응징하겠다고 한다. 책임소재는 아래로 아래로 힘없는 직위로 내려간다. 대어들은 다 빠져나가고 송사리만 덤터기 쓴다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비단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의 책임회피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 횡령사건이 터져도 은행장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교장과 교감은 모르쇠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고 진상조사 논란도 맥락이 같다. 국방부의 높으신 분까지 책임론이 제기되지 못하도록 사건을 축소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윗사람이 진 도의적 책임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메시지는 크다. 대통령이 “내 잘못”이라고 하는데,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할 국무총리나 장관은 없다. 장관이 “내 책임”이라고 하는데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할 차관과 국장은 없다. 이들 자리에 각각 ‘사장’과 ‘상무’를 넣어도 마찬가지다. 책임의 선순환은 이렇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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