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시시각각] 암탉마저 울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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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000여 명의 조선인이 학살됐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100년 전 대참사를 바로 견줄 순 없다. 문학평론가 김응교의 신간 『백년 동안의 증언』에 처음 완역된 일본 시인 쓰보이 시게지의 장시 ‘15엔 50전’의 한 구절을 보자. ‘당신들(조선인)을 죽인 것은 구경꾼이라고 할까?/ 구경꾼에게 죽창을 갖게 하고, 소방용 불갈구리를 쥐게 하고, 일본도를 휘두르게 한 자는 누구였던가?/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물론 우리도 ‘그것’을, 또 지금껏 ‘그것’의 존재를 부정해 온 일본 정치권을 알고 있다.

재앙의 시작은 지진이었다. 서울 전체를 집어삼킨 대지진으로 모든 게 폭삭 주저앉았다. 오직 아파트 한 채만 살아남았다. 황궁아파트다. 한데 고관대작·억만장자가 으스대는 곳이 아니다. 흔한 서민아파트다. 이름과 실체의 어긋남이다. 그래도 낫다. 웬만한 연립주택에도 ○○팰리스, ○○캐슬 등 황궁에 대한 선망이 이글대는 오늘날 아닌가. 재앙의 ‘끝판왕’은 사람이었다. 사방천지가 잿빛 먼지로 무너진 세상, 그곳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아파트 주민들의 ‘나 살고, 너 죽자’ 전쟁이 섬뜩하다. 그들은 바깥 세계와 높은 담장을 쌓아 놓고 ‘으라차차 황궁~’을 외치며 적의를 불태운다. 외부에 대한 그들의 차별과 배제는 ‘천하태평’의 버팀목이었다.

간토 참사의 후폭풍은 엉뚱하게 흘렀다. 일본 정부는 재일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즉각 계엄령을 선포하고 조선인 폭동설을 퍼뜨렸다. 조선인이 방화를 일삼고, 우물에 독약을 타고 다닌다는 헛소문이 급속도로 번졌다. 지진이란 천재가 조선인 혐오라는 인재로 비화했다. 무려 6000여 명의 조선인이 학살됐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100년 전 대참사를 바로 견줄 순 없다. 무엇보다 영화에선 재난을 수습하는 국가의 역할이 100% 거세된 반면 간토 대진재에선 국가가 ‘조선인 사냥’을 주도한다. 일본어로 ‘15엔 50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거나, 일본 교육칙어나 역대 천황을 외지 못하면 창칼을 맞기 일쑤였다.

문학평론가 김응교의 신간 『백년 동안의 증언』에 처음 완역된 일본 시인 쓰보이 시게지의 장시 ‘15엔 50전’의 한 구절을 보자. ‘당신들을 죽인 것은 구경꾼이라고 할까?/ 구경꾼에게 죽창을 갖게 하고, 소방용 불갈구리를 쥐게 하고, 일본도를 휘두르게 한 자는 누구였던가?/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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