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안 된다는 말의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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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안 된다는 말의 재평가
재평가비상계엄 선포대통령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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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국무위원이 '안 된다'고 만류하지만, 그는 '지금 이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대통령을 따라가 '절대 안 된다'고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건가. 지금까지의 수사 등을 종합하면 그날 대통령에게 끝까지 계엄 철회를 호소한 건 참석자 중 최상목 경제 부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전부였다. - 시선2035,재평가,비상계엄 선포,대통령 권한대행,계엄 선포,반대,용기

비상계엄 선포 직전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고 잠시 상상해보자. 늦은 밤 긴급 소집에 달려간 대통령실. 10시 정각 계엄 선포를 하려 했던 대통령은 회의가 늦어져 심기가 불편하다. 살벌한 분위기에 눈치껏 앉자마자 대통령이 대뜸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한다. 계엄이라니. 멍한 뇌를 수습하기도 바쁜데 대통령은 강경하다. 몇몇 국무위원이 “안 된다”고 만류하지만, 그는 “지금 이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나는 가겠다”고 한다. 더는 말리는 사람도 없다. 5분 만에 대통령이 일어난다.

자 이제 어떡할 건가. 대통령을 따라가 “절대 안 된다”고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건가. 아니면 체념하고 돌아와 사표라도 쓸 텐가. 대통령은 격노가 주 무기, 버럭이 다반사인데. 계엄이 성공하면 반대한 사람은 처단 1호 대상일 텐데, 30여년을 갈아넣은 끝에 국무위원 자리에 오른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되나. 가족들은?동료들과 ‘나는 그날 국무회의에서 최상목·조태열이 될 수 있나’를 농담처럼 얘기하다 상상해본 장면이다. 지금까지의 수사 등을 종합하면 그날 대통령에게 끝까지 계엄 철회를 호소한 건 참석자 중 최상목 경제 부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전부였다. 상당수 국무위원은 이후 각자 부처에 돌아가 “계엄이라는 소리에 몸이 얼어붙었다”고 적극 반대 못한 이유를 해명했다. 하지만 늦었다. “노”를 외칠 타이밍은 지났고 부끄러운 기록만 남았다.

‘안됩니다’란 말의 명예회복이 이뤄지는 나날들이다. 9일 군사법원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민간 경찰 이첩 보류 지시에 항명한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직후 박 대령을 안고 엉엉 운 어머니는 “아들을 속으로 존경했다”고 했다. ‘어른 말씀 잘 듣고,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그렇게 키운 아들이 상사에게 ‘안 된다’며 맞선 무게를 감내했던 1년 반이 그에겐 억겁이었을 테다. 그들이 생경한 건 나이 들수록 ‘반대 세포’가 급격히 줄어드는 한국 사회의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생활은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라 했던가. 얼마 전 타사 후배가 기사 문구로 밤늦게까지 선배와 언쟁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즘 애들 당돌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떠올려보니 나도 예전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며 시도 때도 없이 선배를 피곤하게 하곤 했다. 이젠 그런 일은 드물지만, 문득 씁쓸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반대할 용기를 내려놓는 건 생각하는 근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당돌함 없이 성숙하는 사회는 없다. ‘시선2035’는 젊은 기자들이 마음껏 주류에 반대할 수 있는 특권 같은 칼럼 코너다. 돌아보니 그저 그런 뻔한 주제로 충분히 당돌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안됩니다’가 재평가를 받는 새해다. 다음 주자의 도발적 칼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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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권한대행 계엄 선포 반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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