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평창동에 있는 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노르웨이 왕실 공로훈장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훈장을 받은 사람은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
한국 문화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이 훈장을 받았습니다.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작가 헨리크 입센 작품이 모두 실린 전집을 번역한 공로를 인정받은 건데요,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를 대신해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가 김 교수에게 훈장을 수여했습니다.올해 75세의 김 교수는 연극학자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론서를 쓰고, 수많은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까지 했던 '연극인'입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연극학 박사 과정을 마쳤고, 한국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김 교수가 입센 전집을 번역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독일어로 된 걸 번역한 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입센 작품을 번역하기 위해 60세에 노르웨이어를 독학했다는 겁니다. 정년퇴임 이후 쉬기는커녕 본격적으로 번역 작업에 매달렸고, 74세 되던 지난해, 총 23편, 10권 분량으로 입센 전집 한국어 번역본을 발간했습니다.
"한글로 되어 있는 자료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때 뭐라 그럴까, 자괴감, 절망감을 느꼈어요. 그래도 우리도 문명국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일본 책도 있고 중국 책도 있는데 한국 것만 없어요." 나이 60세에 노르웨이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노르웨이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노르웨이 남자 친구를 사귀면 된다'는 농담을 들었다고 하죠. 결국 뉴욕에서 사 온 노르웨이어 교재, 노르웨이에서 사 온 사전과 책들을 쌓아두고 독학을 시작했습니다. 노르웨이어가 독일어, 영어와 유사점이 있는 건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일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험난한 과정이었습니다.
입센의 희곡 23편을 모두 한국어로 번역하고 나니 4,300페이지, 책 10권 분량이 나왔습니다. 영어나 독일어로 했다면 1년에 한두 권씩 낼 수도 있었겠지만, 노르웨이어는 자신이 없는 외국어라서, 계속 공부하면서 먼저 번역했던 것도 보고 또 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느라 막판에 한꺼번에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노르웨이에도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 일 하는 동안에 스스로한테 질문을 안 했어요. '너 왜 지금 이거하고 있니?'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거고, 그럼 보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혹시나 스스로 하게 될 것 같아서였죠. 그랬는데도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내가 노르웨이어 입센 전집을 번역하고 있는데, 매년 연말에 번역한 원고를 출력해서 제출할 테니 약간의 번역료를 달라, 그러면 내가 그 돈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번역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소액이긴 하지만 지원금을 주셨어요. 6년 동안 지원해 주셔서 저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말마다 그 해 작업한 원고를 출력해서 직접 제출하거나 소포로 발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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