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외교 담론은 메테르니히가 강조하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보다, 국내 정치의 진영 논리, 감성적 접근, 희망적 사고의 덫에 걸려있다. 문제는 그러한 미·중·일·북한 등 대상국들의 외교 정책이나 그들 상호 관계가 크게 변했는데도 우리는 그런 것과 아랑곳없이 국내 정치 진영 논리에 따라 이미 정해진 친(親)과 반(反)의 고정된 처방을 자동적으로 내놓는다는 점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외교 문제를 국가 전체의 이익 관점에서 냉철하게 따지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과 진영 논리에 호소하며 국내 정치 게임의 제물로 삼을 가능성이다.
“우리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믿지 않는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실에 대한 망상에 빠지지 않게 최대한 노력한다.”
지금 국제질서는 6~7년 전부터 질적으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게 대단히 중요한, 미국과 중국이 더 이상 포용과 협력이 아니라 대결과 경쟁을 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이는 우리 외교에 심각한 도전이다. 그리고 지난 60년간 한국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루어내는데 큰 기여를 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북한은 더 이상 남북 관계가 특수 민족 관계가 아니라면서, 전술핵을 탑재한 초음속 미사일로 몇 분 만에 남쪽을 초토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외교 담론은 메테르니히가 강조하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보다, 국내 정치의 진영 논리, 감성적 접근, 희망적 사고의 덫에 걸려있다.
예를 들어 한·일 관계가 그렇다. 급변하는 국제 관계 속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각각 우리에게 올 득과 실이 무엇인지 예리하게 따져 비교하면서 설득하려는 자세를 볼 수 없다. 현 정부는 진영 싸움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거국적 관점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 지금의 험난한 국제 환경 때문에 어떻게 득이 실보다 큰지,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야당도 왜 한·일 관계 개선이 국익에 실이 득보다 큰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주로 국민감정에 호소했다. 셋째, 희망적 사고의 덫이다. 외교는 국가 간의 관계로 개인 간의 관계와 질적으로 다르다. 개인 간의 관계에서는 이쪽이 선의로 대하면 저쪽도 선의로 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통할 수 있다. 설령 개인 간의 관계가 잘못돼도 당사자 한 사람으로 끝난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가 잘못되면 수백만, 수천만 명이 피해를 본다. 그렇기에 개인 간에 적용되는 도덕관념이나 행동 기준을 국가관계에 그대로 적용하려 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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