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나는 산재 승인 안 되면 죽게 돼요, 저 좀 살려주세요'
그런 그에게 회사 측이 보낸 것은 위로와 병원비가 아니었다. 해고 통지문이었다.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성의 한 중소업체에서 일하다 쇳가루에 의해 폐 질환을 얻었는데, 회사 측은 병문안을 오기는커녕 산재 신청을 취소하라고 했고, 이제는 해고하려 한다고 했다.회사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자 포천 이주노동자센터가 금전적 지원까지 했다. 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와 노무사도 돕고 있다.
그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자간낫 대학교에서 화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2016년에 한국에서 일했다가 돌아간 뒤 2018년 다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고 한국에 돌아와 일을 해왔다. 그는 지난 2020년 간질성 폐 질환 진단을 받고 12월에 수술했다.▲ 방글라데시의 남쪽 지방인 보리샬이라는 지역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보리샬은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에서 버스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이전에는 6∼8시간 소요됐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 업체가 도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었다. 농토가 많지 않아 가난했다. 부모님은 3남 1녀를 뒀는데, 학비를 마련하는 것도 버거웠다. 어머니는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않았다. 자녀들에게 더 먹이고 학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정이 많은 분이었다. 우리 집 이웃에는 사흘에 한 끼 정도만 먹는 집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기꺼이 그들을 도와줬다. 아버지도 항상 정직을 강조하시는 분이었다.
▲ 회사 간부는 내 몸이 완전히 건강해도 나를 고용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다른 병으로 문제가 생기면 절대로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니 이 회사에 있게 해달라고 여러 번 간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회사는 빨리 나가라고 한다.▲ 안성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알고 있다. 그 회사는 아파서 평일에 하루 병원에 가면 그날과 일요일 이틀간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해 임금을 계산한다고 한다. 급여에서 떼어가는 돈도 많다고 했다. 기숙사비 20만 원, 식비 10만 원, 의료보험료 8만 원 등 60만 원을 뗀다고 한다. 전기료와 가스비는 터무니 없이 높고, 의료보험료는 아직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떼어간다.▲ 법적으로는 다른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를 보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자기 공장에 일이 없으면 다른 공장에 보내서 일하도록 한다. 사장들이 서로 품앗이하는 것이다.
▲ 나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죽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의술이 발달해 있지 않아 치료받기가 불가능하다. 죽더라도 한국에서 죽는 게 낫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그 죽음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한국 의술은 내가 죽을 때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한국을 신뢰한다. 한국은 취업하는 데 돈이 들지 않는 게 큰 장점이다. 말레이시아에 취업하면 한국 돈으로 월 40만∼50만 원 버는데, 브로커에게 600만원가량을 줘야 한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모집하기 때문에 이런 뒷돈이 필요 없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같은 나라는 상당히 드물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 구타당하고, 욕먹고, 산재 신청을 방해받으면서 신뢰가 흔들리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한국인 사장과 동료들이 나한테 친절했고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일부 사람이 문제가 되는 행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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