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연꽃과 십자가, 벽을 허무는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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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연꽃과 십자가, 벽을 허무는 어울림
연꽃과 십자가무산선원검정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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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시 낭송은 많이 했지만 다른 종교인들과 어우러진 시 낭송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늦은 깨달음이라도 깨달음은 아름답네/자기보다 크고 둥근 원에/눈동자를 밀어넣고 보면/연꽃은 눈흘김을 모른다는 것,/십자가는 헐뜯음을 모른다는 것,/연꽃보다 십자가보다 크신 분 앞에서는/연꽃과 십자가는 둘이 아니라는 것,/하나도 아니지만 둘도 아니라는 것…'(졸시, ‘연꽃과 십자가’ 부분) 연꽃과 십자가라는 상징에 기대어 종교가 화합하고 공존해야 할 원리에 대해 쓴 시. 그 크신 분 앞에 마주 서면 ‘연꽃과 십자가는 둘이 아니라는 것, 하나도 아니지만 둘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어머, 이게 무슨 일? 비상계엄 이라니! 옆지기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소리쳤다. 19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아픔의 기억이 되살아 난 듯한 놀란 표정과 외마디소리. 설마 가짜뉴스겠지, 라고 대꾸했지만 난 얼른 거실로 나가 뉴스를 보았다. 경찰과 군인들에 둘러싸인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어느새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총을 든 군인들과 밀고 당기며 대치하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비상계엄 해제가 된 후에도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밤새 뜬눈으로 뒤척이는 동안 검정 고무신 이 자꾸 어른거렸다. 전두환 군부독재의 서슬이 시퍼럴 때 나는 한 기독교 잡지를 편집하고 있었는데, 반정부적인 글을 걸러내지 못하고 잡지에 게재했다는 혐의로 정보기관에 붙잡혀갔다. 소위 필화 사건. 당시엔 흔한 일이었으나 나로선 처음 겪었던 일. 남산 밑에 있는 정보기관. 위압적인 기관원들은 나에게 단추 없는 군복과 검정 고무신 을 신게 했다.

지난 성탄절을 앞두고 특별한 시 낭송 모임이 있었다. 서울 북악산 자락의 무산선원이란 곳에서 열린 이 행사는 시조 시인이었던 설악 무산 스님의 유지에 따른 것. 불교 선원에서 진행된 행사지만 종교의 차이를 넘어서 상생과 통합을 지향하는 뜻깊은 시간. 시 낭송에 초대받은 후 계엄 사태로 인해 우울하고 뒤숭숭했던 마음도 다소 가라앉았다. 그날 무산선원을 가고 오는 내내 무산 조오현 스님의 다정한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분을 처음 만난 것은 그분이 회주로 계시던 내설악의 백담사. 당시 스님은 ‘설악’이란 소책자를 간행하고 있었는데, 난 그 책자에 ‘연꽃과 십자가’란 시를 게재했다. 기독교 목사였지만 나는 젊을 때부터 종교 간의 갈등과 불화를 극복하는 일을 생의 과제로 여기고 있었다.

“늦은 깨달음이라도 깨달음은 아름답네/자기보다 크고 둥근 원에/눈동자를 밀어넣고 보면/연꽃은 눈흘김을 모른다는 것,/십자가는 헐뜯음을 모른다는 것,/연꽃보다 십자가보다 크신 분 앞에서는/연꽃과 십자가는 둘이 아니라는 것,/하나도 아니지만 둘도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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