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통합커녕 갈등만 증폭시킨 윤 대통령 사면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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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정치인과 경제인, 서민생계형 형사범 등 1219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 사범과 국정농단 주역들이 대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정치인과 경제인, 서민생계형 형사범 등 1219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 사범과 국정농단 주역들이 대거 포함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복역하다가 2022년 12월 사면받고 풀려난 야권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복권돼,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정부는 이번 사면으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정원·군·경찰 등 국가기관을 동원한 여론 조작과 국정농단에 가담한 보수 정부 인사들의 족쇄를 풀어온 그간의 ‘내 편 챙기기’ 사면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은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로 복역하다가 지난해 초 특사로 잔형 감형을 받고 광복절에 가석방된 데 이어, 이번에 잔형 집행 면제 및 복권까지 받아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공작에 관여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 박근혜 정부 때 경찰 조직을 동원해 총선 대책 문건을 만든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도 사면복권됐다. 조윤선 전 장관은 문체부 ‘화이트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초 사면복권된 데 이어, 이번에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사면복권받았다. 앞서 최경환 전 의원, 우병우 전 민정수석,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에 이어 보수 정권 비리 인사들의 죄를 모두 씻어준 것이다.

김경수 전 지사 복권을 두고 정치적 평가와 해석이 분분하지만, 여권 인사 무더기 사면을 위한 구색 맞추기 성격이 더 커 보인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여론 왜곡 관련자들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을 동원한 여론 조작과 민간 차원의 댓글 조작을 동급으로 간주하면서 ‘형평’을 강조한 것이다. 더구나 여당의 한동훈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 뜻을 나타내는 등, 이번 사면은 화합보다는 갈등의 소재가 됐다. 사면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국민이 위임한 것인 만큼 절제가 필요하다. 사법 체계를 형해화하는 행위를 대통령 스스로 절제하지 않는다면, 사면 대상을 제한하고 사면심사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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