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무인기가 최근 평양 상공에 나타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중대성명을 통해 밝혔다. 북한은 지난 3일과 9일, 10일 세 차례 무인기 침범이 있었...
남측 무인기가 최근 평양 상공에 나타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중대성명을 통해 밝혔다. 북한은 지난 3일과 9일, 10일 세 차례 무인기 침범이 있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무인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위까지 침투했다며 이를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하고 재발 시 즉시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2022년 12월 말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주변을 비행한 것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남측 군당국은 당초 ‘우리 군이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몇 시간 뒤 ‘확인해줄 수 없다’로 입장을 바꿨다.
우선 북한은 이번 일로 남측을 비난하기에 앞서 2년 전 자신들이 남쪽에 침투시킨 무인기 사태를 돌아보고, 지난 5월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남쪽으로 쓰레기 풍선을 내려보낸 것을 반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 자작극일 가능성은 낮고 남측에서 날아간 무인기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으로 미뤄 무인기는 파주에서 평양까지 거리인 150㎞ 이상 운행이 가능한 고정익 중형 드론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측 군이 직접 도발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탈북민 단체 등 민간이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럴 경우 군이 몰랐다면 문제이고 알고도 제지하지 않았다 해도 문제이다. 무인기 침투는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밝힌 것도 그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우리가 전쟁으로 가자는 게 아니라면 여기서 분명히 선을 긋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이로울 것이다. 일부 시민과 정치인이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에 강한 대응을 촉구하지만 그것이 대다수 시민들의 목소리는 아니다. 남북한 사람들 절대 다수는 이 땅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남북한 당국은 서로를 탓하며 조금씩 군사 대응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전쟁을 향해가고 있는지 모른다. 일각에서 최근 이스라엘군의 호전적 행동들을 보면서 한국은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1년 365일 24시간 어디에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남북한 당국이 만나 적대행위 중단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북한은 당장 쓰레기 풍선 살포를 중단하고 남한도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시켜야 한다. 그게 우리 모두 사는 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오전 1시13분쯤 평양 상공에서 남측 무인기와 삐라 묶음통을 촬영했다며 공개한 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삐라를 살포하는 적무인기”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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