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비과학적이었고, ‘과학적’이라고 하면 상당히 비종교적이었다. '일종의 가설에 불과하다'며 손을 내젓는 그리스도교인들과 달리 정 추기경은 아예 빅뱅이란 가설의 출발점에 함께 서서 시간과 공간이 우주에 펼쳐졌다고 했다.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던지는 물음, 과학자들이 답을 얻지 못하는 물음, 일부 과학자들은 더 이상 묻기를 포기한 물음.
중세 때는 그랬다. ‘종교적’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비과학적이었고, ‘과학적’이라고 하면 상당히 비종교적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종교는 훨씬 더 열려 있고, 과학도 훨씬 더 발전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묻는다.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 종교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은 상당수 종교와 과학을 양자택일의 대상으로 본다. 마치 중세 때의 종교, 중세 때의 과학을 앞에 놓고 하나를 골라야만 했듯이 말이다.종교계를 취재하다 보면 남다르게 ‘과학적 사고’를 하는 이를 만날 때가 있다. 특히 고 정진석 추기경이 그랬다. 어릴 적부터 정 추기경의 꿈은 과학자였다. 실제 정 추기경은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공학도의 길을 택했다. 그러다 한국전쟁이 터졌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삶과 죽음을 고민하다가 서울대가 아닌 가톨릭 신학대에 들어갔다.
사실 따지고 보면 종교가 찾는 것도 진리이고, 과학이 찾는 것도 진리다. 그러니 시대의 흐름과 함께 종교가 갈수록 열리고, 과학이 갈수록 발달한다면 둘은 결국 한 점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종교와 과학은 영원히 마주 보고 달리는 평행선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정 추기경은 ‘빅뱅 이론’을 과감하게 수용했다. 한때의 과학도답게 말이다. “시간은 빅뱅 때 생겨났습니다. 빅뱅으로 이 우주가 펼쳐지면서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매 순간 변화가 일어나는 겁니다. 우주는 매 순간 시ㆍ공간의 영향을 받으니까요.”그렇지 않다. 정 추기경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던지는 물음, 과학자들이 답을 얻지 못하는 물음, 일부 과학자들은 더 이상 묻기를 포기한 물음. 거기에 대해서 물음을 던진다. 다름 아닌 ‘빅뱅 이전’이다. “빅뱅이란 대폭발로 인해 우주가 시작됐다면,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라는 우주의 근원에 관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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