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칼럼] 합의가 사라진 정치, 모욕받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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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합의가 사라진 정치, 모욕받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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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자유시 참변 때의 독립군 탄압 역할을 이전 이유로 들었다. 퇴역 후 고령이 되어 연금을 받기 위해 1927년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홍범도 장군을 시비 걸 수 있을까. '서독만이 독일을 대표하며 동독과 수교한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독을 포용하는 브란트의 파격적 동방정책은 키징어가 수용했기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 김황식)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일으켜 유럽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전범(戰犯) 국가 독일은 분단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통일됐다.

한국 정치는 상대를 부정하는 협량에 갇혀 있다. 범부의 상식에 부합하는 최소합의에도 번번이 실패하고, 배는 산으로 가고 있다. 육사에 있던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외부로 이전한다. 이번에도 여야 합의는 없었다.국방부는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자유시 참변 때의 독립군 탄압 역할을 이전 이유로 들었다. 북한 김일성이 등장하지 않았던 한 세기 전의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는 식민지 약소국의 독립을 지원했다. 한인 항일무장운동 그룹은 제국주의 일본이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는 러시아와 자연스럽게 협력했다. 퇴역 후 고령이 되어 연금을 받기 위해 1927년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홍범도 장군을 시비 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과 손잡고 나치 독일과 싸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영국 처칠 총리도 “조국을 배신한 공산주의자”로 매도해야 할 판이다.

이번 소동에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있다. 홍 장군 유해는 강제 이주됐던 카자흐스탄에서 2017년에 돌아왔다. 문 정부는 그를 포함한 다섯 분의 독립군 운동가 흉상을 만들어 육사 충무관으로 모셨다. 이들은 ‘군의 기원’이 됐다. “독립군 전통도 사관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일이었다. 육사 필수과목인 한국전쟁사는 선택과목으로 격하됐다. 민족, 항일투쟁을 강조하면서 국가와 안보의 측면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야당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았다. 내편하고만 손 잡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나치와 싸웠던 독일 사민당의 브란트는 나치 선전부 간부 출신인 기민당 키징어와 손잡고 최초로 대연정에 참여했다. 브란트는 키징어 총리 내각에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됐다. 공산주의자였던 베너는 전독일부 장관, 나치 장교였던 슈트라우스는 재무장관이었다. 브란트는 나치 출신을 인사과 책임자로 기용해 큰 도움을 받았다. 작가 귄터 그라스는 브란트에게 편지를 보내 “나쁜 결혼”이라고 비난했지만 ‘화해의 연방정부’는 성공적이었다. “서독만이 독일을 대표하며 동독과 수교한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독을 포용하는 브란트의 파격적 동방정책은 키징어가 수용했기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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