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라동의 작은 서점인 ‘아무튼 책방’과 올해로 24회를 맞은 ‘제...
8월 말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라동의 작은 서점인 ‘아무튼 책방’과 올해로 24회를 맞은 ‘제주여성영화제’에서 초대를 받아 3박4일 동안 총 4회 강의를 진행하는 일정이었다. 덕분에 오후와 저녁에는 강의를 하고, 밤에는 다정한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아침에는 바다 앞에서 ‘물멍’을 즐기는, 꽤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후로 그 시간을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첫 계기는 다큐멘터리 이었다. 고희영 감독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 삼달리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을 기록해 엮었다. 작품의 중심에는 87년간 물질을 한 대상군 해녀 현순직 선생과 서서히 말라가는 바다의 슬픈 얼굴이 있었다.1년에 한두 번 제주를 찾는 외지인에게 동서남북 사방이 모두 다른 제주의 바다는 그저 신비롭다. 이번에 묵었던 서북쪽의 아침 바다는 밝은 쪽빛이었다. 조금씩 물이 빠지는 오후에는 그 푸른색에 살짝 납빛이 돌았고, 바닷물이 다 빠지고 나면 현무암이 먹빛으로 반짝거렸다.
근처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 제주도 난개발, 전지구적 바다 오염 그리고 기후위기는 삼달리 앞바다에도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감태같은 해조류들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해조를 먹고 자라던 소라와 전복이 굶어죽었다. 남은 것은 보말뿐이라 너도 나도 채집하다보니 보말도 씨가 마르는 중이다. 2016년만 해도 꽃동산을 이루었던 물꽃 역시 그 5년 사이에 사라졌다. 바다의 표면만을 즐길 뿐 그 안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의 관광객다운 얄팍함을 곱씹던 중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도 예산안이 발표된 것이다. 국민독서문화증진을 위한 예산의 90%가 줄어들었는데, 그중에서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예산 11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영화 지원 예산도 절반가량 축소됐다. ‘아무튼 책방’과 제주여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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