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존속살인 소재로 한 국내 초연작, 신유청 연출 연극 ‘테베랜드’](https://i.headtopics.com/images/2023/7/6/newsvop/9147532486249361372957-9147532486249361372957-1676755436538826752.webp)
[리뷰] 존속살해 소재 국내 초연작 신유청 연출 ‘테베랜드’newsvop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버지를 질투하고 배척하며 어머니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 싶어 하는 남자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독점애’를 뜻하는 용어다. 이 개념은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만든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 라이오스 왕을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도시 테베의 왕이 되는 인물이다. 연극 ‘테베랜드’는 이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한 연극이다. 이번 공연이 한국에서의 초연이다.
연극 ‘테베랜드’는 우루과이 출신의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의 작품이다. 세르히오 블랑코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며, ‘테베랜드’는 영국, 미국, 이탈리아, 브라질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공연된 바 있다 화제작이다. ‘존속살인’이란 흔하지 않은 소재를 다루는 이 작품은, ‘가족’이란 전통적이고 견고한 틀과 ‘살인’이란 범죄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 제56회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을 수상한 신유청 연출의 연출력이 더해져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극작가 S는 존속살인을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이다. S는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마르틴을 인터뷰하기로 한다. S는 내무부의 협조를 통해 무대 위에 철창을 설치한다는 조건으로 마르틴을 무대 위 실제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에 부딪혀 계획은 좌절되고 S는 마르틴을 대신할 배우 ‘페데리코’를 찾게 된다.
이야기는 작가S가 관객을 향해 자신이 추진해 온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해 관객은 존속살인과 살인범의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 연극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지나친 감정의 개입, 치우친 판단을 배제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S를 경계하던 마르틴은 S와 만남이 지속되자 뜻밖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이 왜 아버지를 죽이게 되었는지를. 마르틴의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에게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폭력을 휘둘렀고, 마르틴이 성장한 뒤엔 매일 폭언을 일삼았다. 사건이 발생하던 날 역시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마르틴은 말한다.2020년 5월 대전의 한 가정집에서 성폭행을 피하려고 던진 물건에 맞아 아버지가 죽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은 ‘아버지가 성폭행하려 했다’는 딸의 주장을 인정하며 존속상해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그전 2000년 5월에도 아들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해자의 친형은 부모를 살해한 동생을 이해한다는 말을 남겨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모두 존속살해였고, 그 이면에는 부모의 지속적인 가정 폭력이 있었다.연극은 쉽게 꺼내기 힘든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테베랜드’은 2인극이지만 등장인물은 세 사람이다. 작가 S와 마르틴, 그리고 연극에서 마르틴을 연기할 페데리코이다. 마르틴과 페데리코는 한 배우가 동시에 연기 한다. 마르틴과 S, S와 페데리코가 교묘하게 교차되는 순간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감옥에서 작업실로, 다시 감옥으로 이어지는 공간 이동은 철창 위 스크린이 감시용 CCTV로 바뀌는 것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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