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사회적 이슈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게임이나 온라인 등 가상현실 요소를 조합한 뒤, 허구의 설정을 가미한다. 우리 세대가 윗세대와 단절이 일어난 첫 세대가 아닌가 생각했고, 1990년대 역사적 사실 중 ‘금 모으기 운동’이 이런 단절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90년대에 현실과 다른 온라인 세상이 펼쳐지면서, 우리 또래만 아는, 혹은 또래 중에서도 어떤 온라인 문화에 접한 세대만 아는 이야기들과 모두가 아는 이야기들을 병치해두었을 때 단절이 명확히 보였다.
1998년 북한으로 간 소 떼는 어떻게 됐을까. 금 모으기 운동 때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미래에 인간의 신체가 퇴화한다면. 시뮬레이션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에 사람들이 더는 상상하지 않는다면.작가 김웅현의 작품 주제는 뜬금없고 엉뚱하다. 다만 가만히 살펴보면 옴니버스 영화처럼 작품마다 어떤 부분은 때로는 촘촘하게,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 멜로부터 액션·공포·SF까지 장르도 다양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큰 주제’가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사회적 이슈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게임이나 온라인 등 가상현실 요소를 조합한 뒤, 허구의 설정을 가미한다. 같은 세대가 공유하는 이미지 정보를 중심으로, 대중매체와 게임·밈·역사·패션 등을 섞는다. 이후 메모 같은 짧은 시나리오를 쓰고, 이를 구체적 이미지로 구현한다.예를 들어 대표 작품 ‘헬보바인과 포니’는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1001마리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 역사적 사건과, 미국 게임제작사 블리자드의 게임 ‘디아블로’ 속 소 캐릭터를 결합한 작품이다. 현실에서 소는 온순하게 남북 평화를 상징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소는 커다란 창을 들고 주인공을 공격한다. 작가는 북한에 갔던 소 가운데 한 마리가 다시 남한으로 돌아와, 작가에 의해 도축된다는 상상을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미디어·게임에서 출발한 작품들이 많다.회화를 전공했지만 어떤 작품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들여다 봐야 하는데, 일단 관찰한 게 나의 하루 24시간이었다. 일기보다 더 자세히 적어봤는데, 하루 중 18시간을 인터넷에 접속해 있더라. 놀러 가도 핸드폰 지도를 보고 찾고, 영화 예매도 핸드폰으로 하니까. 결국 내가 활동하는 환경이 ‘웹’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림을 그려도 웹에 그리는 게 맞겠다 싶었다. 이후부터 현실과 웹을 비교해가면서 탐구하는 방법론이 생겼다. ‘금 모으기’ ‘소떼 방북’ 등 역사적 사실을 끌고 왔는데.또래 집단의 정체성이 궁금했다. 우리 세대가 윗세대와 단절이 일어난 첫 세대가 아닌가 생각했고, 1990년대 역사적 사실 중 ‘금 모으기 운동’이 이런 단절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들이 금 모으기 운동할 때, 우리는 ‘스타크래프트’에 몰두해 있었으니까.
키아프 서울에 출품하는 작품은 ‘정물화’다.16세기 바니타스 정물화에서 영감을 받은 움직이는 정물화다. 바니타스는 해골이나 유리잔, 깃털 등 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그림인데, 그 헛헛함이 지금 시대에도 통한다고 생각했다. 온갖 미디어에 둘러싸인 현대의 바니타스를 상상해 신체를 확장하거나 퇴화시키는 기구들을 모아 3D 영상 작업을 했다. ‘소유’를 염두에 뒀다고. TV 자체를 액자 형태로 만들어서, 이를 판매하는 형태다. 미디어 영상 작품도 듣고 싶을 때 꺼내 듣는 음악 앨범처럼 꺼내 볼 수 있는 형태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앞으로 비디오 작가들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델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수처럼 박웅현 1집, 2집을 내 보면 어떨까. 박웅현 작가가 2023 키아프 하이라이트에 출품하는 작품을 들고 있다. 상암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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