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업체 경유 180억원어치, 러→중→북 배 갈아타고 북한갔다 | 중앙일보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5차례에 걸쳐 북한에 공급했습니다.\r북한 경유 유조선 러시아 중국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은 2018년 트위터를 통해 지난 2018년 5월 18일 파나마 선적 상위안바오호와 북한의 백마호 간 화물을 옮겨싣는 모습이라며 사진들을 소개했다. 6월 7일 파나마 선적 뉴리젠트호와 북한 유조선 금운산 3호가 호스를 사용해 환적하고 있다. 미국무부ISN트위터 캡쳐=연합뉴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해경이 국내 정유공급업체가 관계 기관의 승인 없이 북한에 경유를 공급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해해경청 광역수사대는 7일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5차례에 걸쳐 경유 1만8000t을 북한에 공급했다는 혐의 등으로 석유 수출입 업체 A사를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A사는 러시아 유조선 P호를 빌린 뒤, 동중국해에서 중국선적에 경유를 옮겨실었다. P호는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끈 상태였다. 경유를 공급받은 중국 선적은 인근에 대기 중인 북한 선적에 이를 다시 옮겨 실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6일 A사와 중국 선사 사이 거래를 중개한 중국동포 브로커 이모씨를 남북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군산지청은 7일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했다. 엄중한 사안으로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씨 구속 이후, 해경의 수사는 A사의 다른 의혹으로도 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지난해 11월쯤 A사가 빌린 러시아 선박 머큐리호가 동중국해에서 중국 선박과 접선해 경유를 공급했고, 이후 중국 선박이 토고 국적기를 달고 북한 영해에서 들어간 사실이 위성분석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도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해경은 A사가 ①유류공급에 이용한 P호와 머큐리호의 소유사가 같고 ②두 배 모두 중국선박과 접선 시 AIS를 껐다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해경은 북한에서 위안화로 경윳값을 받은 중국 선사가 환치기를 거쳐 A사에게 돈을 보낸 정황도 두 사건 사이의 공통점으로 보고 있다. A사와 이씨 등은 ‘공급한 경유가 북한으로 넘어갈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관계자는 “통신기록, 관세청 자료, 외환 계좌 등을 통해 이들의 경유 불법 공급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A사와 이씨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선 중국 선사와의 거래내역 등을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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