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후에도 재판부의 ‘관대한 판결’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생·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앞에서 스토킹 살해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60대 여성 A씨는 교제하던 B씨와 헤어진 뒤 수년간 공포에 떨었다. B씨는 허락 없이 피해자의 주거지를 침입하는가 하면, 수시로 통화 시도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때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이었다. 법이 만들어졌어도 가해자의 협박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2~5월 사이 그가 A씨에게 전화를 건 횟수만 55차례, 집과 직장에도 7번이나 찾아갔다. B씨는 결국 법정에 섰고, 피해자는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벌금형 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감형 사유 봤더니..."반성·자백·성품"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후에도 재판부의 ‘관대한 판결’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본보가 대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확정 판결문 141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실형은 12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73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이 52건으로 뒤를 이었다. 스토킹 가해자 10명 중 9명은 재판을 거쳐 풀려난 것이다.법원도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다. 대부분 판결에서 “심각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야기” “다른 범죄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선처했다. 집행유예ㆍ벌금형 판결문에선 피고인의 반성이나 자백, 성행 등이 감형 사유가 됐다.
성범죄 전문가인 이은의 변호사는 “한국은 스토킹 범죄나 데이트ㆍ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 피해에 대한 법 감수성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이런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은 판사들이 피해 정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간접 스토킹 공포 심각한데"무죄"부재중 전화 등 이른바 ‘간접 스토킹’을 가벼이 여기는 판결도 피해자들을 좌절하게 한다. 반복적인 전화는 피해자가 가장 공포를 느끼는 행위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11월 헤어진 연인에게 나흘간 51차례 전화를 건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화가 피해자에게 ‘도달’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댔다. 다른 사건에서도 부재중 전화는 스토킹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물론 간접 스토킹을 유죄로 본 재판부도 있는 만큼, 판사 성향에 따른 ‘들쭉날쭉’ 판결을 막기 위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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