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 일가 중심의 이사회 운영 관행을 깨고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적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이에스지)의 고려까지 포함한 ‘최종 보완안’을 조만간
기업 총수 일가 중심의 이사회 운영 관행을 깨고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적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환경·사회·지배구조의 고려까지 포함한 ‘최종 보완안’을 조만간 발의하기로 했다.상법 개정은 그룹 내 계열사 간 합병이나 주식 교환 등 자본거래를 할 때 총수 일가의 이익 등 일부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사회가 의사 결정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취지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 상법 ‘제382조의3’이다. 1998년 만들어진 이 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다.기존 상법 개정 논의는 이 조항에 ‘주주’를 추가해 이사에게 주주를 위한 충실 의무를 부여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따라서 논란을 줄이기 위해 기존 조항을 건드리지 않고, 대신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법에 별도로 못박겠다는 게 민주당의 최종안이다. 이는 앞서 올해 9월 한국상사법학회의 특별학술대회에서 상법 권위자인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대안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 역시 박주민 의원실에 낸 ‘상법 개정안 검토 의견’을 통해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 적용 시의 논란을 줄이기 위해 천 교수안을 참고할 만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재계 등의 반발 소지를 최소화한 대안이라는 이야기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3일 홍콩에서 연 투자자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가 주주들을 보다 강력히 보호하는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할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달 중순엔 입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올해 들어 에스케이·두산·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들이 추진한 사업 구조 개편이 잇따라 일반 주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공정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만 ‘나 홀로 불황’을 겪으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인 기업 지배구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기류도 팽배해 있다. 민주당이 개정안에 “이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환경과 사회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문구도 함께 담을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이사가 단순 주주뿐 아니라, 채권자·노동자·협력업체·소비자·지역사회 등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익을 두루 고려할 수 있게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가 농촌 어르신을 위해 적자가 날 수 있는 식품 배달서비스를 할 경우, 주주 이익이 일부 줄더라도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주식회사의 단기 이익 추구에만 치우치지 않고 이에스지 요소도 함께 헤아릴 수 있게 법으로 허용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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