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들썩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쩐의 전쟁’이 사태의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대기업 경영의 ‘이면’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경영 능력을 검증받지 않고 오른 ‘금수저’ 3세와 부실한 지배구조(거버넌스), 그리고 이들이 바꾸
시장을 들썩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쩐의 전쟁’이 사태의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대기업 경영의 ‘이면’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경영 능력을 검증받지 않고 오른 ‘금수저’ 3세와 부실한 지배구조, 그리고 이들이 바꾸지 않은 오래된 환경·노동 문제 등이 지분 다툼 과정에서 고스란히 노출됐다.“국민과 주민들에게 송구합니다.”
석포제련소는 외국에서 들여온 광석을 가열하고 전기 분해해 아연을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 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와 황산, 카드뮴 등 독극물이 나온다. 대기·토양·수질 오염 논란과 영풍의 불법 행위 적발,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계속되는 이유다. 공장 밀집 지대인 울산 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달리, 애초 입지 선정 자체가 문제의 화근이었다.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관계자 등은 석포제련소 문제에 대해 장형진 고문의 책임이 있다고 짚는다. 오랫동안 영풍을 운영한 장 고문이 제련소 환경·노동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뒷짐을 져왔다는 이야기다. 실제 장 고문이 영풍 회장에서 퇴임한 건, 석포제련소 3공장 불법 건축을 계기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련소 환경 문제가 처음 제기된 2014년의 이듬해다.
장 고문이 석포제련소를 비롯한 영풍 경영에서 손 뗐다고 보는 이는 드물다. 영풍은 사내이사 2명이 모두 구속 중인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어 3천억원을 금융회사에서 빌리기로 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일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당시 영풍의 이사회 구성원은 박병욱 회계법인 청 대표, 한국방송교향악단 사장 출신인 박종옥 설원복지재단 이사,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을 지낸 최창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등 사외이사 3명뿐이었다. 제련 사업이나 경영 감독과 무관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다. 이런 이사진이 영풍 자기자본의 7%에 이르는 대규모 차입금 조달을 순전히 자기 판단으로 결정했으리라 보긴 힘들다. 그동안 책임지지 않는 경영을 해왔던 장씨 일가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선 고려아연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나선 것이다.지난 23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영풍 석포제련소가 산들에 에워싸여 있다.
시장의 의구심을 사는 건 고려아연이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사모펀드에 사실상 ‘몰빵 투자’를 해서다. 금감원 업무 자료와 고려아연의 감사보고서 등을 보면,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19년 설립해 지난해 말 기준 펀드 8개를 만들었다. 이 펀드들의 전체 출자 약정액 6938억원 중 고려아연이 출자를 약속한 금액이 6041억원에 이른다. 코리아그로쓰·저스티스·탠저린·그레이·하바나 제1호 등 펀드 5개는 고려아연 지분율이 99%를 웃돈다. 지난해 검찰 조사를 통해 지 대표는 2019년 고려아연이 원아시아 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한 직후 이 돈을 자기 계좌에 송금해 유용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자금을 돌려놓은 정황이 덜미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1천억원 이상을 출자한 하바나 1호 펀드는 지난해 카카오의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한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사설] 재벌 지배구조 민낯 드러낸 영풍-고려아연 ‘쩐의 전쟁’재계 32위 영풍그룹에서 동업자 간에 핵심 계열사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벌이고 있는 ‘쩐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영풍의 장형진 회장 쪽은 지분 매입 대금으로 약 2조5천억원대,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쪽은 약 3조원대의 거액을 내걸었다. 장 회장 쪽은 1대 주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쩐의 전쟁’,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반격…영풍·MBK 공개매수가 또 올릴까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자사주 공개매수로 승부수를 띄웠다. 고려아연은 2일 영풍·MBK 공개매수 가격(75만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고려아연 경영권 '83만원의 격돌'…MBK 또다시 공개매수가↑(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고려아연과 경영권을 다투는 MBK파트너스(이하 MBK)·영풍 연합이 4일 공개 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영풍·MBK, 고려아연 지분 5.34% 추가 확보…1라운드 종료고려아연과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 이상을 확보했다. 영풍·MBK는 기존 33.13%의...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고려아연 계열사' 영풍정밀 'MBK연합 경영협력은 배임' 가처분(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고려아연[010130]의 계열사인 영풍정밀[036560]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 마감… 주가 75만원 이하 시 성공 가능성 높아지난달 시작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이 오늘 끝나고, 주가가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을 밑돌면 이들이 공개매수를 성공시키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