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36주 영상’에 대해 복지부가 ‘살인죄’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몇 년 동안 정부가 어떤 대응을 했는지 의문스러운데 이번 ...
2019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죄’는 폐지됐지만 4년이 넘도록 정부와 국회는 임신중지 시스템을 어떻게 보건의료 시스템으로 들여놓을지 논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임신 36주째에 ‘낙태 수술’을 했다는 유튜브 영상이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며칠 만에 살인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죠. 이렇게 정부가 빨리 대처할 수 있는데 임신중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왜 더뎠을까요.
‘낙태 36주 영상 논란’에서 정부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은 이 사건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시기가 불필요하게 너무 늦은 시기까지 지연되지 않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또 그를 위해 보편적·포괄적인 상담과 보건의료 지원·연계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임신중지를 합법화하거나 비범죄화한 국가들은 이전 법의 폐지가 이뤄지는 시점부터 정부가 새로운 보건의료 지원 체계와 관련 정책,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최대한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에 대한 고민과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까운 지역의 임신중지 가능한 병원을 안내하고 출산, 양육까지 총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미 2021년부터 ‘낙태죄’ 처벌 조항의 법적 효력이 사라졌는데도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
윤정원=1973년 미국의 임신중지 합법화 때 나왔던 논리로 오래된 구도다. 사실 그 이후에 재생산 권리, 재생산 정의 관점으로 계속 논리가 발전해왔다. 태아의 생명권은 기본권이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사회권으로 대립하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질 수밖에 없다. 40년 넘게 인권에 대한 논리를 발전시켜왔고 기본권에서 건강, 정의, 비차별 등 개념이 만들어지면서 인권 개념이 발전해왔는데 우리는 협소한 인식틀에 갇혀 있고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 여성에게 참정권을 안 주던 때와의 논리랑 뭔가 다른지 모르겠다. 그동안 여성의 건강을 갉아먹는 방향이었다면 이제 이를 재생산 건강의 관점으로 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는 여성의 건강 뿐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건강, 모든 가족의 건강까지 연결된다. 사회가 모든 이들의 건강과 안녕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제 비범죄화 조건이 이뤄졌으니 정부는 공식 체계 구축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복지부가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통해 의료비 수가를 안정화하면 병원에서 과도한 의료비를 현금으로 요구해서 임신 당사자가 비용을 구하느라 폭력적인 상황에 처하거나 임신중지 시기가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또 복지부는 어느 의료 기관에서 임신 몇 주까지, 어떤 방법으로 임신중지를 제공할 수 있고, 그 병원에서 안 되면 어느 병원으로 연계될 수 있는지 전수조사를 하고 연계 체계를 만들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이런 방식으로 거주지나 직장에서 가까운 의료기관에 대한 공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공식 체계가 마련되면 매년 임신중지가 몇 건이 이뤄지고 있고, 몇 주차에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있는지 공식 통계도 낼 수 있게 된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해 4월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낙태죄 폐지 2주년을 맞아 국가에게 임신중지를 건강권으로 보장할 것을 유지한 집회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윤정원 =의료인들의 인식은 사회의 인식과 함께 간다. 의학적 전문 지식이 있어도 사회의 고정관념은 다르지 않고 의료 윤리가 재생산권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상황은 아니다. 학계와 의료계도 다르다. 학회는 대학병원 교수들 중심이고 의사회는 개원의 중심이다. 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대학병원 의사들은 임신중지 수술을 하지 않는다. 합병증, 태아 기형 등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 다룬다. 전공의들 수련은 대학병원에서 하는데 수련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배우지 못한 채 개원의로 나오는 거다. 이후 선배들에게 알음알음 배운다. 학회 입장은 아직 안정성, 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서 약물로 인한 임신중지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나영 인터뷰(1)-“재생산권 낯설지만 전세계가 그 방향으로 가고있어”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낙태죄폐지, 다음을 상상하다①] 모든 아이들이 원하는 때, 환영받으며 태어나기 위해‘낙태죄’가 폐지된 지 4년이 넘었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빼면 진료 현장은 달라진 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의료대란 시기의 성과 재생산 건강은 ‘필수의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낙태죄폐지, 다음을 상상하다] 우리에겐 ‘새로운 상상력’ 사실은 ‘국제 표준’2019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죄’는 폐지됐지만 4년이 넘도록 정부와 국회는 임신중지 시스템을 어떻게 보건의료 시스템으로 들여놓을지 논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인터뷰] 김규현 변호사 '그 분이 입을 열면 영부인까지 다칠 수 있어'■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뉴스룸 / 진행 : 한민용※ 아래 텍스트는 실제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주시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평생 처음' 주민들의 충격 증언... 대한민국 곳곳 이상징후[오기출의 기후 리터러시] 정부 기후정책, 기후피해 농어민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창용 '물가둔화 이어질것 부동산 PF 연착륙 가능성'韓銀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금리인하 기대감에 집값 상승DSR 강화 방향으로 가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재생산권 경험자 월즈…시험관으로 얻은 딸 이름 'Hope'(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간) 첫 대선 유세에서 부부가 아이를 갖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