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추천 책] 어서 와, 이런 언니는 처음이지?](https://i.headtopics.com/images/2022/4/8/sisain-editor/914459251088510901680-1512304542372618245.webp)
김혼비 작가는 여성 축구팀에서 활동하며 ‘싸워야 할 때 잘 싸우게 됐다’고 말한다. 트랜스젠더, 용산 참사를 다큐로 다룬 김일란 감독은 페미니즘을 통해 낯선 것에 질문을 던지고 ‘여기서 누가 배제되는가’를 살피는 훈련을 했다고 말한다. 📗 김다은 기자가 추천하는 책
얼마 전 데버라 캐머런의 〈페미니즘〉 강독 세미나에 참여했다. 지금이 제4물결 페미니즘 시대라는데 이 단순한 제목의 책을 읽기 위해 180여 명이 세미나에 함께했다. 강사 역시 이 같은 열의의 정체가 무엇이냐며 웃었지만 한자리에 모이고 싶다는, 서로를 확인하고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무언의 의지를 서로 확인하는 눈치였다. 〈을들의 당나귀 귀 2〉가 떠오른 건 그 이유였다. 이 책에는 “세상을 자기만의 무대로 만들어가는” 여성 작가·감독·활동가·연구자들이 있다. 이들은 한데 모여 깔깔깔 웃으며, ‘어쩌면!’ 하고 감탄하며 서로의 ‘페미니스트 지혜’를 나누고 북돋운다. 이 책은 그 명랑한 기분을 고스란히 활자로 담았다. 〈을당2〉는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만든 동명의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추려 낸 단행본이다. 3년 전 출간된 1권에서는 여성의 삶과 노동을 대중문화와 연결시켜 해석하는 비평적 지식을 나누었다.
이번 2권의 키워드는 지혜다. 고루한 세계를 향해 열심히 ‘당나귀 귀’라고 외쳐온 탓에 그 충격을 고스란히 되받은 ‘을’들에게 이 책은 다정하게 말을 건다. ‘어서 와, 이런 언니는 처음이지’ 특별판이랄까. 김혼비 작가는 여성 축구팀에서 활동하며 ‘싸워야 할 때 잘 싸우게 됐다’고 말한다. 트랜스젠더, 용산 참사를 다큐로 다룬 김일란 감독은 페미니즘을 통해 낯선 것에 질문을 던지고 ‘여기서 누가 배제되는가’를 살피는 훈련을 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10명의 ‘언니’들이 걸어온 길을 자박자박 함께 걷다 보면 손희정 평론가가 쓴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장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늘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늘 지는 싸움도 없습니다. 페미니스트 포스가 우리와 함께하기를.” ‘페미니즘이 무엇이냐’는 최신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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