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마지막 집은 어디에

김수동 겨를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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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보다 늙는 게 두려운 세상에서 과연 나의 ‘마지막 집’은 어디일까? 이 시대 적지 않은 노인들이 ‘집’이 아닌 요양시설에 머물고 계시며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고 있다. ...

우리 사회가 고령자주거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마지막 집 또한 요양시설이거나 시설 입소조차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 미래가 원치 않는 모습이라면 아파트만 끝없이 지어 올리지 말고 우리의 마지막 집에 신경 써야 한다.

7월23일 정부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정책을 발표했다. 시니어 레지던스? 고리타분한 노인주택이 아니라 그럴듯한 신상품을 소개하는 느낌이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고령자 주거의 선택지와 공급을 늘린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니어 레지던스가 아파트 시장의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부동산 개발사업을 일으키기 위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앞뒤 없이 고령자주택이 부족하니 규제를 확 풀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결정 이전에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고령자주택이 왜 필요한가? 요양시설을 ‘집’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 다수의 생각이다. 요양시설에 거주하시는 많은 어르신은 오늘도 ‘집’에 가기를 원한다. 그렇게 노인들이 원치 않는 요양시설에 머무는 이유는 노인들이 집에서 지내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을 집에서 지내며 해결할 수는 없을까? 실버타운은 어떤가? 실버타운은 노년기 필요한 다양한 일상생활 지원이 포함된 주거서비스 상품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그 일상생활 지원의 핵심은 식사와 커뮤니티 활동이다. 그 정도의 일상생활 지원이라면 꼭 실버타운이 아니어도 다른 형태로 가능하지 않을까? 아파트 또는 지역의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한 주거서비스,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 노인복지주택은 무슨 문제가 있어 분양이 금지되고 많은 규제가 생겼을까? 규제를 확 푼다고 하는데 정말 풀어도 괜찮을까? 우리는 이런 질문에서 고령자주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동체가 사라지고 이웃을 잃어버린 공동주택은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의 격리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주거문화는 노인이 살기에 불편하고 위험하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집에서 시설로 분리해 내고 있다. 급격히 늘어나는 노인인구로 인하여 더 이상 노인요양 및 주거복지 시설로 감당하기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세대통합적 주거, 사회적으로 계급화된 주택이 아니라 각자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적정 비용으로 모두가 어울려 살 수 있는 포용적 주거문화, 그리고 의료·요양·일상돌봄이 가능한 지역사회다. 그게 기본이다. 기본이 갖춰진 후에 또 다른 형태의 가치를 추구하는 노인주택이든 요양시설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시니어 레지던스, 실버타운도 좋지만, 노인이 돼도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은 마을과 집이 우선이다. 노인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머물 수 있는 ‘마지막 집’을 찾아야 한다. 그 집이 있다면 우리는 시설에 의지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시설에 가지 않고도 내 집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 테다. 오로지 부동산개발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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