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들은 ‘무해한 관계’를 추구하잖아요. 저는 그게 추상적일뿐만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산문집 (은행나무)를 발간한 양...
최근 산문집 를 발간한 양다솔 작가는 제목의 의미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서로 선을 넘지 않고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갖고 있는 시대다. 그러다보니 서로에게 질문을 하거나 호의를 갖고 소통을 시도하는 것조차 검열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그는 스스로를 “늘 먼저 선을 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선을 슬쩍 넘어간 자신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었지만 불쾌하게 여기는 이도 있었다. 그럴 때는 사과를 했다. 그를 아끼는 누군가로부터 ‘왜 자꾸 선을 넘어 사과를 하고 다니냐’며 “다정한 타박”을 듣기도 했다. 그는 “이 정도의 ‘적당한 실례’는 늘 하면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얼마 간의 유해함은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민폐’와 ‘무례’에 대한 경계로 불편하게 경직된 상황에서 저는 늘 이를 깨고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럼에도 나는 비건으로 농담을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 동료 코미디언들을 앉혀놓고 비건을 주제로 농담에 도전했다. 나는 점점 뜨거워지는데 애들은 점점 차가워져서 그 방에 기후위기가 오는 줄 알았다. 무대가 끝나자 다들 ‘미안하다’ ‘반성하겠다’하고 줄줄이 고해성사를 했다. 웃음 타율이 0에 수렴했다. 연민과 반성은 코미디언으로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성적이다.” - 그는 “너무 진지해서 사람들이 별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터부시하는 것들을 농담의 주제로 삼곤 했다”고 말했다. “소위 웃기는 소재로 분류되지 않은 것들인데, 이걸 어떻게 바꾸고 다시 쓰면 좋을지 고민해요. 노상방뇨하는 아저씨들 이야기는 이제는 말하기도 지쳐서 화내는 것 말고는 이에 대해 이야기할 다른 통로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걸 갖고 진짜 웃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적당한 실례’와 ‘농담’이라는 명랑함의 이면에는 그가 오랜 시간 치열하게 쌓아온 단단한 ‘자기 이해’가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어디서나 눈에 나는 행동을 해서 가는 곳마다 ‘왜 그러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무리에서 배척 당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런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답을 해 보려고 애썼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
- 그의 ‘자기 이해’는 자신만의 정서를 따라가는 일이기도 하다. 에세이 ‘생활다도인’에서 그는 ‘정서’를 “가장 자연스럽게 마음이 동하는 일, 왜 계속 하는지 이유를 물을 필요 없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10대 시절 절에서 2년 동안 행자 생활을 했던 그는 15년차 다도인이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다구를 앞에 두고 차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5년차 비건이기도 해서 하루 세 끼도 채식으로 정성스레 잘 차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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