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과 미사일로만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워킹맘이자 주부로 겪었던 진짜 북한살이를 들려주고 싶어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를 쓴 오혜선 작가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왜 그는 목숨까지 걸고 북한에서 벗어나고 싶었을까요. 배경만 놓고 보면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출신성분이 좋은 '항일 빨치산 집안'의 셋째 딸로 평양 유명대학을 졸업한 뒤 북한 무역성과 대사관에서 일했던 엘리트. 잘나가던 외교관 집 맏며느리이자 두 아들의 엄마로 살았으니까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금수저'라고 부를 만합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 태영호 의원의 아내 오혜선씨 이야기입니다.
"자유의 맛을 봐버렸으니까요."그가 말한 탈북 이유는 간명했습니다. 덴마크, 영국 등 해외 경험을 하면서 북한 체제의 속박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순 없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합니다. 한국으로 건너온 지 벌써 7년. 그는 최근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핵과 미사일로만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워킹맘이자 주부로 겪었던 진짜 북한살이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4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나 북한 주민들의 고단한 삶과 이면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말도 못 하죠. 북한 사람들은 돈 몇 푼 벌어보려고 원래 직업 외에 장마당에서 장사를 많이 해요. 그 풍경을 보면 먹먹해지죠. 두부 장사를 하려면 콩을 갈아야 하는데 믹서기가 없는 데다, 있다고 한들 전기가 없어요. 밤새 맷돌을 돌리죠. 가스도 안 나오니 석유난로 위에 올려 끓입니다. 평양은 사정이 가장 나은데도 그렇죠.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어느 날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2세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의 로맨스를 그린다. 대북단체들은 이 드라마가 담긴 USB를 플라스틱 물병에 넣어 강물에 띄워 보내는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tvN 제공"미사일 쏘고, 핵 만드는 건 결국 김씨 가문을 지키기 위한 것이죠. 그건 외부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내부 주민들에게 '우리가 외부의 포악한 적들과 이토록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단이죠. 그러니 김정은은 주민들이 한국의 실제 모습을 알고 의식이 변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죠. 우리 가족이 탈북한 것도 서구의 현실과 한국 드라마를 보며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아, 북한만 빠져나가면 자유가 있구나’ 느낀 거죠.""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 너희들은 우리 생활에 정말 관심이 없구나’ 하는 것이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김정은이 주애를 후계자로 찍었을 수 있다고 봐요. 북한 사람들은 독재를 오래 경험했기에 '누구를 따라가야 하나'에 촉이 늘 서 있거든요. 김정은이 자신의 후계자가 누구인지 신호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주애가 등장했을 때는 해프닝으로 생각했는데 옷차림이나 행동거지, 동선 등이 점점 공주의 모습을 갖춰가는 것 같아요. 북한이 그런 연출을 의도 없이 할 리 없죠. 한때 김여정에게 권력이 많이 쏠리는 듯했잖아요? 올케인 리설주 입장에서는 불안했을 수 있죠. 주애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건 리설주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죠.""북한 사람들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일지 모릅니다. 해방 직후 남녀평등권 법령을 만든 나라이기도 하죠. 다만, 그 여성이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주민들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죠.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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