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리러 갑니다, 일본에”···웹툰 꿈나무들이 그리는 ‘잃어버린 얼굴들’

지난 3일 충남 천안 상명대 디자인대학 4층의 한 강의실. 고경일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와 김지성씨(23), 이상민씨(23), 박수빈씨(19), 이유경씨(19) 등 학생 4명이 독립운동가의 사진으로 연습한 캐리커처 그림을 펼쳐들고 있었다.

활짝 웃고 있는 김구 선생부터 결연한 표정의 유관순 열사까지. 지난 3일 충남 천안 상명대 디자인대학 4층의 한 강의실. 고경일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와 김지성씨, 이상민씨, 박수빈씨, 이유경씨 등 학생 4명이 독립운동가의 사진으로 연습한 캐리커처 그림을 펼쳐들고 있었다.

고 교수와 동료 교수 그리고 학생 5명으로 이뤄진 ‘메모리 오브 코리아’ 팀은 오는 7월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재일교포 1·2세대를 만나고자 텀블벅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간 이후 한국에선 좀처럼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또 이들에게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한국이 실제 어떤 모습인지 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재일교포 고령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인 도쿄 ‘고향의집’과 군수공장 강제동원 피해자가 많은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를 방문해 재일교포 100여명의 캐리커처를 그릴 계획이다.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을 함께 본 것도 계기가 됐다. 이유경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역사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드는 것 같다”면서 “나부터라도 역사인식을 키우면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상민씨는 “나를 나라고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끌렸다”고 했다. 이씨는 프로젝트 전반을 영상으로 남겨 일본에 다녀온 뒤 경험을 나누는 토크쇼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웹툰의 특성상 간과하기 쉽시잠 웹툰도 결국 현실의 반영이다. 고 교수는 “히틀러를 영웅으로 만드는 대체역사물을 찾기 힘든 이유는 작가들이 ‘상상은 자유롭게 하되 현실을 파괴해선 안 된다’는 암묵적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고민의 일환”이라고 말했다.잊혀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그 자체로도 창작을 위한 씨앗이 된다. 고 교수는 “재일교포 1세들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더라도 모국어는 기억하기 때문에 한국어로 더듬더듬 얘기한다”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는 학생들이 훗날 작품을 창작할 때 좋은 씨앗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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