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님, 제 남편 진두현은 간첩이 아닙니다. (보안사가) 남편이 북한에 갔다는 날짜에 남편은...
14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10부 법정에 휠체어를 탄 여성이 들어섰다. 이 여성의 나이는 92세. 머리가 하얗게 센 그는 피고인석으로 가기 위해 작은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몸을 떨었다. 거동이 불편한 그가 일본에서 서울에 있는 법정까지 날아온 이유는 하나다. ‘간첩’으로 몰려 16년간 옥살이를 한 남편 진두현씨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 법원은 해당 사건에 휘말린 이들에 관한 판단을 뒤집기 시작했다. 2018년 통혁당 사건의 공범으로 몰려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동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보안사가 영장 없이 민간인을 체포해 불법으로 수사한 점, 구타·물고문·전기고문 등을 행한 점도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박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보안사가 박씨를 영장 없이 체포하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는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진씨의 아내는 “일본에서 남편의 기소 내용을 알게 된 저는 사건이 조작됐다고 확신했다”며 “남편은 북한에 갔다는 날짜에 일본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말을 잘 모른다”며 어렵게 말을 뗀 그는 “한국 정부가 쉽게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당시 도쿄 변호사협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그곳에서 남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줬다. 이를 원심재판부에 전부 제출했지만 결국 사형이 선고됐다”며 울먹였다. 재판에 함께 참석한 박석주씨의 아들 박정민씨도 그 옆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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