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더운 날에는 업무 소통방에 ‘일을 피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오기는 한다. 그런데 노동자 입장에서는 쉴 여력이 없다”며 “폭염이라고 일의 총량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결국 쉬면 쉴수록 다음날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했다.
기온이 34도를 웃돈 2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의 한 공사장 내부는 열기가 가득했다. 작업반장이 아이스크림이 담긴 바구니를 작업자들이 모인 위층으로 날랐다. 공사장 한쪽에는 식염수통과 제빙기가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채운식씨는 “오늘 같은 날씨에는 20분만 일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는 게 가장 고충”이라며 “식염수를 아침에 하나, 오후에 하나씩 챙겨 먹는다”고 했다. 그의 작업모 사이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적절한 냉방시설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폭염은 재난이다. 지난달 19일 경기 하남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김모씨가 업무 중 쓰러져 숨졌다. 당시 하남의 낮 최고기온은 33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동료노동자들은 냉방시설이 없고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작업환경 때문에 김씨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숨진 지 약 2주가 흐른 이날 방문한 주차장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열악해 보였다. 동대문구 소재 건물의 주차관리원 김모씨는 3.3㎡ 남짓한 1인용 컨테이너에서 더위를 식힌다. 에어컨이 없는 탓에 탁상용 선풍기에 의존해야 한다. 습하고 더운 여름에는 컨테이너 곳곳에 곰팡이가 핀다고 한다. 김씨는 “여름에는 물을 많이 먹는 것 외에 방법이 없지만 물마저도 금방 더워져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 정도면 견딜 만한 편”이라고 했다.땡볕에서 일해야 하는 야외주차장 안내요원도 폭염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강동구 한 대형마트 앞 도로에서는 밀짚모자를 쓴 주차안내요원들이 연신 형광봉을 흔들며 차량을 안내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날에도 권모씨는 회사 규정이라며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려 썼다. 권씨와 5m쯤 떨어진 거리에는 회사에서 제공한 이동식 에어컨이 놓여있었다. 그는 “에어컨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뚜렷하게 시원해지지는 않는다.
도시가스 안전검침원으로 일하는 김윤숙씨는 하루에 약 120가구를 방문한다.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날에는 어지럼증을 예방하기 위해 진통제를 챙긴다. 그는 “그늘이 많은 계단 같은 곳에서 10분 정도 쉬는 게 최선이지만 그마저도 일이 밀려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잘 쉬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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