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생성하는 전기신호가 로봇팔로 이어지도록 장치를 만들고 그 로봇팔에 칼을 쥐여주자, 식물은 잎을 뜯은 사람을 향해 칼을 마구 휘둘렀다. 복수라도 하듯이. 📝 안희제 (작가)
유튜브에서 한 동영상을 봤다. 공학도들이 모여서 특이한 발명품들을 만드는 ‘긱블’이라는 채널인데, 식물이 로봇팔을 장착하고 칼을 들고 있는 섬네일이 너무 강렬해서 재생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은 식물의 기억력과 전기반응에 관한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영상에 등장한 식물은 자신을 쓰다듬은 사람과 잎을 뜯은 사람을 기억하는 듯이 다르게 반응했다. 식물이 생성하는 전기신호가 로봇팔로 이어지도록 장치를 만들고 그 로봇팔에 칼을 쥐여주자, 식물은 잎을 뜯은 사람을 향해 칼을 마구 휘둘렀다. 복수라도 하듯이. 물론 식물이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억하거나 감정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은 물리적인 구조, 즉 몸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실험이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기억이나 감정과 같은 것이, 특정한 구조를 지닌 몸, 이를테면 인간과 같은 동물의 몸만이 아니라 다른 몸에서도 작용할지 모른다는 의문이다.
이 녀석들이 우리를 인식하고 우리를 기억하고 어쩌면 우리의 행동에 따라 짜증이나 화가 날지도 모르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우리는 식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 일은 나에게 인간의 몸과 영혼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상기하게 했다.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에스파냐인들은 원주민이 자신들과 같은 인간인지 알기 위해 종교· 윤리·양심을 지녔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는 영혼을 상징했다.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판단은 학살을 부추겼을 테다. 그들에게 인간이란 ‘인간의 영혼’을 지닌 존재다. 반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백인이 정령인지 인간인지 확인하기 위해 백인들을 물에 빠뜨렸다. 시체가 물 위로 떠오른다면 일단 정령은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 인간은 ‘인간의 몸’을 지닌 존재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관점에서는 재규어, 바질, 거미도 원래는 인간이었다. 인간의 영혼은 다른 몸에 스며들어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철근 다발 튀어나온 롯데 아파트...전문가 '흔히 있는 하자 아냐'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한 아파트에서 철근이 건물 외벽을 뚫고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7일 부동산 실거래 앱 '호갱노노'에 '○○○동 입주민이 직접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과 함께 아파트 외벽 사진이 공유됐다.이 사진은 해당 아파트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에 2일 올라왔던 것이다. 사진을 보면 외벽 모서리에 균열과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방콕 '경기도 지페어' 성황...2개 업체서만 1천90만달러 계약 | 연합뉴스(방콕=연합뉴스) 김경태 기자=태국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7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지페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IAEA 사무총장 '보고서, 전문가 이견 없었다…일본 편향 아냐'방한 중인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늘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내부 이견이 있었다고 자신이 말했다는 로이터 보도와 관련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IAEA사무총장 '전문가 이견 없었다... 일본 편향 아냐'그로시 "종합보고서 2년은 매우 긴 시간... 일본 방류 스케줄 맞춘 것 아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부산 오염수 반대서명 10만명 돌파 'IAEA·수조물 먹방이 불붙여'부산 오염수 반대서명 10만명 돌파 'IAEA·수조물 먹방이 불붙여' 일본_오염수 IAEA_보고서 수조물_먹방 부산_반대_10만_선언 김보성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