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남자라니! 이 구호는 유서가 깊다. 2007년 최초로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때 “며느리가 남...
이 구호는 유서가 깊다. 2007년 최초로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때 “며느리가 남자라니!”라고 개탄하는 구호가 처음 등장했다. 2010년 김수현 작가가 쓴 드라마 에서 게이 커플이 등장하면서 한 일간지 1면엔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말이냐!”라는 광고가 실렸다. 지난해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이 벌어지고 있을 때에도 이 구호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번엔 ‘여자 사위’가 추가됐다. “남자가 며느리? 여자가 사위?”라는 팻말이 등장한 것이다.16년째 애용되고 있으니, 매우 성공한 슬로건이다.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는 이 구호가 한국 사회의 막힌 지점을 정확히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이 사회가 평등을 추구한다면 맞서서 해체해야 했을 가족질서가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간접적으로 일깨운다.
하지만 며느리는 여전히 성차별적이며 억압적인 가족제도를 표상한다. 수신지 작가의 , 선호빈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 만들어지고 인기를 끈 이유를 생각해보자. ‘며느리’는 출산, 가사노동, 효를 행해야 하는 전통적 여성의 성역할을 수행하며, 이 자리에 ‘남자’가 들어서는 건 전통적 성역할과 부계중심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 ‘며느리가 남자라니’라고 개탄하기보다, 왜 며느리가 여성이어야 하는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생각을 비틀고, 그 전제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가족제도’가 평등과 자유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역기능을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2022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모든 출생을 환영하지는 않는다. 한국에선 결혼을 출산의 유일한 기반으로 여긴다. 동성커플이 아이를 가질 권리는커녕, 비혼 출산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혼외 출생률은 2.5%로 매우 낮다. 칠레와 멕시코는 70% 이상이며, 아이슬란드와 프랑스는 60%대다. 회원국 평균 41.9%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저출생을 우려하면서도 ‘출산의 자격’은 엄격히 따진다고 말한다. 한국전쟁 후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를 대거 해외로 입양 보냈으며, 한센인, 장애인 등을 상대로 강제로 불임수술을 실시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법적 성별정정을 위해 생식능력 제거 등 불임수술 강요했다.특히 한국전쟁 후 남겨진 혼혈아동에 대해 정부는 ‘전원’ 해외 입양을 보내려 했다. 부계혈통주의에 기반한 국적법은 아버지가 한국인이어야만 자식이 한국인이 될 수 있었다. 호적법에서 아버지가 외국인이면 매우 곤란해졌다. 혼혈아동은 입적할 호적이 없기에 ‘근본 없는 아이’로 ‘고아’ 같은 대우를 받았다. 저자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아내가 오스트리아인이었던 점을 꼬집는다. “ ‘혼혈’을 모두 해외로 보내려고 할 정도로 ‘순혈’을 강조하면서도 남성의 피만을 고려하는 부조화가 그때 한국 사회에서는 이상하지 않았나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책과 삶]“며느리가 남자라니”···16년째 통용되는 슬로건이 드러내는 한국사회의 막힌 지점“며느리가 남자라니!” 이 구호는 유서가 깊다. 2007년 최초로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때 “며느리가 남자라니!”라고 개탄하는 구호가 처음 등장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수돗물 검은색 가루' 5년째 마셨다…시흥 은계지구서 무슨 일이 | 중앙일보‘관로 상태 매우 불량’\r경기 시흥 은계지구 수돗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63만원→2억4천만원, 16년 만에 몸값 달라진 ‘1세대 아이폰’2007년 6월29일 63만원 가격으로 출시됐던 1세대 아이폰(4GB)이 최근 경매에서 2억4천여만원에 팔렸습니다. 16년 만에 가치가 약 380배 뛴 것입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한국, 엘리엇에 690억 배상'…1조 분쟁 청구액 7%만 인정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한국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1조원대 소송을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오세훈과 홍준표의 나라 망신... 부끄럽지 않나오세훈과 홍준표의 나라 망신... 부끄럽지 않나 서울퀴어문화축제 마디그라 홍준표 대구퀴어문화축제 오세훈 신필규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