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속 당신의 집이 유일한 피난처라면 외부인과 안식을 공유하겠는가.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난민’을 좀비 아닌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가족과 재난이란 익숙한 소재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여름 영화의 관습에 도전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올여름 한국영화 4파전 가운데 가장 독특한 영화다. 다른 세 작품과 달리 흥행공식에 맞춰 이야기와 볼거리를 조합한 이른바 기획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갈래를 탄다면 ‘해운대’, ‘엑시트’같은 재난영화로 분류될 수 있지만 재난과 맞서 싸우는 인간의 지혜와 용기를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굳이 닮은 작품을 찾으려면 먼저 떠오르는 건 ‘기생충’이다. 신랄하고 잔인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뛰어난 밀도로 몰입하게 한다. 코로나 이후 나온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가장 도전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2편 ‘유쾌한 이웃’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원작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그리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철저히 내부자의 관점으로 재난 이후의 삶을 그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잉투기’,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은 원작 웹툰이 아닌 박해천의 한국 아파트 문화 연구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영화의 제목을 따왔다. 엄 감독은 “웹툰 원작을 본 뒤 한국의 아파트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자 이 책을 읽고 시나리오 가제로 먼저 붙였었다”면서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는 않는 이상적 공간을 상징하는데 두 단어의 아이러니한 조합이 현실과 잘 맞아 떨어져 영화 제목으로 저자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감독은 주거의 한 형태가 아니라 재산과 권력, 욕망의 총합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아파트가 가지는 상징성을 재난이라는 필터로 걸러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다소 무겁고 추상적일 수 있는 주제의식을 구체적인 질문과 재미로 이끌어내는 건 현재의 ‘우리’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주인공 영탁은 이병헌의 놀라운 호연에 힘입어 올해 최고의 캐릭터로 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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