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더십’의 한계, 삼성만 문제인가?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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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수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향후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수 있다.” 2010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경영복귀를 하며 던진 경고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24년 10월. ‘삼성전자 위기론’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영현 반도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이건희 선대회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CES2010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2010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경영복귀를 하며 던진 경고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24년 10월. ‘삼성전자 위기론’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영현 반도체 담당 부회장이 예상을 밑돈 3분기 실적에 대해 사과문을 낸 뒤 위기 진단과 처방 기사가 하루도 쉰 날이 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일등주의’와 ‘도전정신’을 잊은 직원들, 경직되고 관료화된 조직 등… 모두가 쇄신과 혁신을 통한 경쟁력 회복을 주문한다.하지만 이런 진단과 처방에는 핵심이 빠졌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병사들의 용기만으로 안된다. 유능한 장수가 필수다. 기업도 다를 게 없다. 전 부회장도 “모든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고 인정했다. 당연한 얘기다. 일부 언론은 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 실기한 전 경영진의 책임을 제기한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4주년을 맞았다. 현대차는 삼성과 정반대로 쾌속 질주 중이다. 지난 4년간 순이익은 3배, 시가총액은 2배로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 순위도 5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비결로는 총수의 리더십이 꼽힌다. 한 간부는 정 회장의 리더십을 “미래 비전 제시, 여러 의견을 경청하지만 필요한 시점에는 과감한 결정을 피하지 않는 결단력”이라고 말한다. 삼성과 대조적이다.요즘 삼성 임직원들이 더욱 불안해하는 것은 “위기 속에서도 총수의 메시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 추모식, 27일 회장 취임 2주년 때도 침묵을 지켰다. 평상시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총수가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굳이 위기 때마다 특유의 리더십으로 돌파한 이건희 선대회장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위기 극복의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는 총수는 어느 기업에도 치명적이다.

총수의 리더십 실패로 위기에 처했는데도 제대로 처방을 못하는 것은 삼성뿐이 아니다. 신세계는 지난해 이후 경영실적 부진으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신상필벌 원칙을 내세워 전문경영진을 대거 경질했다. 하지만 10년 이상 경영을 총괄해온 정용진 부회장은 오히려 회장으로 승진했다. 에스케이도 경영부실로 인해 고강도 구조조정과 인적쇄신을 하고 있다. 부실의 진앙은 전지사업으로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에스케이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노베이션과 이앤에스의 합병까지 강행했다. 하지만 에스케이온의 대표이사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합병사의 수석 부회장으로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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