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가 완벽하지 않다’ [편집국장의 편지]

드라마 애호가로서 요즘 즐겨 보는 ‘한·드’는 〈대행사〉다. 광고대행사 ‘VC기획’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를 몰아서 봤다. 드라마 중 한 에피소드에 꽂혔다. 📬 차형석 편집국장의 편지

드라마 애호가로서 요즘 즐겨 보는 ‘한·드’는 〈대행사〉다. 광고대행사 ‘VC기획’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를 몰아서 봤다. 드라마 중 한 에피소드에 꽂혔다. 이 광고대행사의 모그룹 회장과 사돈이 될 ‘우원그룹’ 회장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구속된다. 어떻게든 보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법적으로는 여의치 않은 상황. 우원그룹은 거액을 걸고 광고 캠페인 입찰을 한다. 목적이 분명한데, 입찰에 참가하는 광고대행사들은 그 이유를 모르는 상황. VC기획 제작본부장은 보석 허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런 카피를 내건다. ‘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살인 누명을 쓰고 23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증언 영상을 같이 내보내면서. 저 카피는 여론을 바꾸어버렸다. 정계 진출을 노리는 판사는 여론을 등에 업고 보석을 허가한다. 광고를 따낸 제작본부장은 우원그룹 회장이 출소하는 날, 회장에게 저녁에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키라고 조언한다.

지난 2월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원’에 대해 뇌물죄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장동 개발업체에서 6년간 근무한 30대 초반 직장인의 퇴직금이 50억원이라니. 그 아버지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판결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한국은 ‘수십억 퇴직금’의 나라로 거듭나리라.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제대로 안 했거나, 판사가 ‘자식의 생계가 독립되었다’는 이유로 너무나 기계적인 판단을 했거나. 둘 다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드라마 속 카피처럼, 법은 완벽하지 않다. 이번 호에서 문상현 기자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을 꼼꼼히 분석했다. 대통령실은 ‘이 판결문이 무고함을 밝혀주는 중요 자료’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정말 그러한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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