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 옥스팜 캠페인&옹호사업팀장 어린 시절 화장실 귀신 이야기를 들었다. 화장실에는 귀신이 살고 있어서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를 물어보는데 어떤 색을 선택해도 결국 귀신이 나타난다는 내용이었다. 가끔 친구들과 모여 어떻게 하면 화장실 귀신
어린 시절 화장실 귀신 이야기를 들었다. 화장실에는 귀신이 살고 있어서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를 물어보는데 어떤 색을 선택해도 결국 귀신이 나타난다는 내용이었다. 가끔 친구들과 모여 어떻게 하면 화장실 귀신에게 잡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화장실 귀신 이야기는 왜 생겨난 것일까? 관련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하수도 보급률은 1980년대 초 겨우 6%에 불과했고 199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절반을 넘었다. 수세식 화장실 설치율도 매우 낮아 1985년 기준 세 집 중 한 집만이 수세식 화장실이었고 2000년까지도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지 못한 주택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은 위생적이지 않은 곳,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된 곳이었다. 특히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 자칫 빠지기라도 한다면 바로 생명이 위험해지는 곳이 화장실이었다. 어쩌면 아이들이 귀신을 만날까 봐 경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화장실을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귀신 이야기를 만들어냈을지 모른다.거의 대부분의 가정과 건물에 수세식 화장실이 갖추어진 현재, 화장실 귀신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위험해질까 봐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쟁과 기후위기는 화장실을 위험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가자 지구에서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옥스팜이 설치한 식수·위생 시설 32개 중 12개가 파괴되었고 11개가 손상되었다. 폐수처리장이 파괴된 후 하수가 도시에 범람했고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 화장실 공포는 옛날 옛적 이야기, 괴담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우주여행도 가는 시대이지만 더러운 화장실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매일 700명에 달한다.유엔은 화장실의 중요성을 알리고 전 세계가 위생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11월19일을 ‘세계 화장실의 날’로 지정했고 2030년까지 모든 사람이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올해 ‘세계 화장실의 날’ 주제는 특별히 ‘화장실, 평화를 위한 공간’이다. 평화 없이 화장실이 유지될 수 없고, 화장실 없이 평화로운 일상도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간다고 해서 죽음의 위협을 겪어서는 안 되고, 아이들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는 화장실 귀신은 옛날 옛적 이야기,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만 살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11월19일을 함께 기념하며 우리 주변의 화장실 문제를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23일 ‘세계 자살 유족의 날’…‘고립된 생존자’에 관심을 [왜냐면]김명근 | 자유기고가 우리 사회는 자살에 대해 너무 모른다. 지인들에게 가을·겨울보다 봄·여름이, 오후보다 오전이, 여성보다 남성이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을 전하면 대부분 놀라워한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24.8명으로 9년 만에 최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오늘 '세계 뇌졸중의 날'…'예방·치료 5가지 실천수칙 지켜야'(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의 위험성과 예방·치료의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위클리 건강] '당뇨인, 운동 꾸준히 하니 '당뇨발 절단' 반으로 줄었다'(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보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어떤 거짓말은 ‘지옥 문’도 연다…그걸 보여준 푸틴전 세계 언론 가운데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마리우폴에 유일하게 남았던 AP통신 기자들이 3월 15일 탈출 때까지 20일간 카메라에 담은 참상이다. 마리우폴의 경찰이 AP통신 기자들 탈출을 목숨 걸고 도운 건, 이들이 러시아군에 붙잡힐 경우 '민간인 공격 영상은 거짓'이라고 말하게 강요당할 걸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체르노우 감독은 다큐 제작에 참여한 PBS와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 주택가 90%가 러시아 포격으로 손상·파괴됐고, 점령 후 러시아 회사들이 도시 재건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밝혔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태원 참사 2주기…민심 임계점 두려워해야 [왜냐면]이광국 | 인천광역시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 오늘은 이태원 참사 2주기다. 국가의 부재로 인한 초유의 사건에도 진상 규명은 요원하고 책임자들은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박근혜씨의 탄핵 이후 달라질 것이라 믿었던 사회의 병폐가 도돌이표처럼 반복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귀신 소리’ 고통 언제까지…대북방송부터 멈춥시다 [왜냐면]이경수 | 강화도 주민 인천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강화 에듀투어’라는 교육연수 프로그램이 있다. 전국의 교장·교감 선생님이 참여한다. 필자는 그분들에게 북한 땅 훤히 보이는 월곶돈대와 연미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분들에게 휴대전화에 저장해 간 음향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