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 | 자유기고가 우리 사회는 자살에 대해 너무 모른다. 지인들에게 가을·겨울보다 봄·여름이, 오후보다 오전이, 여성보다 남성이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을 전하면 대부분 놀라워한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24.8명으로 9년 만에 최고
우리 사회는 자살에 대해 너무 모른다. 지인들에게 가을·겨울보다 봄·여름이, 오후보다 오전이, 여성보다 남성이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을 전하면 대부분 놀라워한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24.8명으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지난 9월10일 ‘자살 예방의 날’에는 자살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매우 적었다. 한겨레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자살의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한 날이 하나 더 남아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책임을 자각하고 변화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매년 11월 셋째 주 토요일, 올해는 11월23일이 ‘세계 자살 유족의 날’이다. 이날은 자살자의 가족, 친구, 이웃 등 유족이 모여 자살자와의 추억과 사별 후 개인이 겪은 경험을 나눈다. 이들은 서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아픔을 살피며 살아갈 희망을 되찾는다.자살 유족이 겪는 트라우마는 자살자 문제만큼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살 유족의 심리적 고통이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하여, ‘자살 생존자'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살 생존자가 약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자살 생존자들은 떠난 이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한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종일 그의 사진을 걸었다 떼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최진영의 소설 ‘비상문’에서도 동생의 자살을 인정하지 못하는 형이 그가 올라섰던 건물의 발자취를 좇으며 실체 없는 살인범을 찾는다. 이처럼 자살 생존자들은 본인이 자살 원인을 제공했을지 모른다는 죄책감이나, 자살자의 경고 신호를 놓쳤다는 후회에 사로잡힌다.이들은 ‘사회적 낙인’의 압박도 견뎌야 한다. 많은 유족이 도움을 구하기보다 자살자와의 기억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이유다. 자살 생존자 모임 이야기를 담은 책 ‘너무 이른 작별’에서는 “사람들이 딸의 죽음에 대해 나를 비난할 때,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 믿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죽음학의 이해’를 쓴 케네스 도카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실이 유족을 고립된 삶으로 이끈다”며 ‘박탈적 비난’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세계 자살 유족의 날은 자살 생존자들의 아픔을 인정하고, 위로를 건네는 날이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자기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이를 만난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완전히 새롭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면, 이것이 치유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번 11월23일은 우리 사회가 지난 9월에 놓쳤던, 어쩌면 수년간 놓쳐 왔던 자살자와 그 유족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함께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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