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신중해서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풀어 나가는 문제 해결에는 실력을 발휘한다.'
수십 년 동안 축적이 이뤄진 관계를 순식간에 재정리하는 극적인 의사 결정은 일본의 문화적 정서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일러스트 김일영3월 중순 도쿄에 다녀왔다. 오래전에 잡아두었던 연구회 참석을 위해서였는데, 때마침 갑작스레 발표된 대통령의 방일 일정과 겹쳤다. 한국에서는 논란이 한창이던 우리 정부의 ‘대승적 결단’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서는 한일 관계보다 바야흐로 결승전으로 치닫고 있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표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식었지만, 일본에서는 승승장구 중인 대표팀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일본 대표팀이 준결승에서는 손에 땀을 쥐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강팀 멕시코를 이겼고, 결승에서는 숙적인 미국과 맞대결을 벌여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과거에도 스즈키 이치로 등 메이저리그에 뜻깊은 족적을 남긴 일본인 선수가 있었지만, 오타니 선수의 인기는 각별하다. 야구 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좀처럼 관심이 없던 친구마저 “그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WBC를 꼭꼭 챙겨보았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오타니는 야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진지하지만, 사생활은 소탈하고 겸손하다. 때때로 고배도 마셨지만 좌절하지 않고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 왔다. 그가 거물급 선수로 성장해 온 과정에서 드러나는 성실함과 인간미에 일본인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그런데 WBC 결승전이 열리던 바로 그 시간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보니, 일본 공영 방송에서는 전혀 다른 야구 경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일한 시간대에 열린 봄철 고교야구 선발대회 본선 1회차 고시엔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었던 것이다.
WBC 결승전과 겹치는 시간에 열렸던 고교 야구 경기는 ‘여름의 고시엔’보다는 위상이 한결 떨어지는 ‘봄의 고시엔’이었다. 하지만 그 구장의 흙을 밟기 위해 땀을 흘려온 어린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WBC 결승전에 온 관심이 쏠리는 때에도 이 어린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 전파에 실어 준 공영방송도 참 대단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의 정서적 단면을 드러낸 듯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한국에도 명맥을 이어가는 전국 고교 야구 대회가 있다고는 한다. 그런데 TV 중계는커녕 이런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이 대회에 출전 가능한 야구팀이 있는 고등학교는 전국에서 100곳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고시엔 예선전에 출사표를 던지는 3천5백여 고교 야구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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