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의 안타까운 비극,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1990년대 만화 잡지를 즐겨 보았던 독자라면, 200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을 제법 봤던 시청자였다면, 설사 둘 다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 SNS로 유포되는 각종 유행에 익숙하다면 ‘검정 고무신’이라는 작품은 결코 낯선…
1990년대 만화 잡지를 즐겨 보았던 독자라면, 200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을 제법 봤던 시청자였다면, 설사 둘 다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 SNS로 유포되는 각종 유행에 익숙하다면 ‘검정 고무신’이라는 작품은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스토리 작가 도래미, 그림 작가 이우영이 공동으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대원씨아이의 만화 잡지 ‘코믹 챔프’에 연재한 만화는 2020년대 현재까지도 다양한 세대들에게 고른 인지도를 지닌 하나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형설은 2008년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검정고무신’의 ‘캐릭터 저작권 지분’ 중 36%를 지니고 있다고 등록을 신청하기까지 했다. 본래 ‘검정 고무신’의 캐릭터 저작권 지분은 작화를 맡은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65%, 도래미 작가가 35%의 지분을 분배받기로 되어 있지만 형설이 두 형제 작가에게 28%, 도래미 작가에게 8%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순식간에 3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가의 지급은 없었다. 그저 ‘사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2011년 형설은 도래미 작가의 지분 17%를 추가적으로 인수하면서 본래 ‘검정 고무신’을 창작한 작가들보다 훨씬 많은 53%의 지분을 보유한 주체로 등극했다. 이우영 작가의 유작에서는 이후 형설이 저작권 지분 과반수를 확보한 것을 이용해 ‘검정 고무신’의 대표 저작권자처럼 행세했다고 기록했다.
그 사이에 이우영 작가도 잠자코 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작품을 통해 은연 중으로 자신이 놓인 상황을 보여주었다. 2014년에는 ‘오마이뉴스’에 ‘다짜고짜 경제 시리즈-2’라는 부제를 달고 어느덧 직장에 다니는 성인의 모습으로 ‘검정 고무신’의 주인공을 내세운 ‘기영씨의 생활고’, 그리고 2019년 ‘레디앙’을 통해 ‘만화로 보는 공산당 선언’을 연재하며 중견 만화가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직접적으로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낳는 폐해와 대안적인 경제 체제에 대한 모색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 당시에는 그저 기성 만화가의 독특한 시도로 느껴졌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면 자신이 ‘계약서’ 몇 장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음에도 이 모든 고통이 ‘합법’으로 취급되는 것에 대한 하나의 저항이었을 것이다.
분명 완전히 손을 놓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움직이는 것이 낫다. 그러나 만화계 단체들이나 문체부가 주장하는 대로 ‘저작권법’을 강화하고, 작가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상담 지원을 강화하는 형식으로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저작권은 1차적으로 실제 작품을 만든 창작자에게 우선적으로 부여되니, 이론상으로는 저작권법이 제대로 설계되어 잘 운영된다면 창작자는 분명 자신의 권리를 외부의 위협에서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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