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블랙핑크 가능하게 만든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 명반다시읽기 삐에로는우릴보고웃지 김호현 기자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은 그 이전과는 결을 달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변모했다. 경제 발전, 세계화 등 비 음악적인 요인들이 이 변화의 원동력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새로운 물결을 최전선에서 이끈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젠 'K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댄스 음악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음반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사운드는 역시 댄스를 불러일으키는 신나는 비트다. 뉴 잭 스윙 스타일을 변용한 '가장무도회'와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는 당시 가요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 두 곡은 2010년대가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오랜 기간 유행했던 형식의 원형이다. 미국 스타일의 비트와 동양적인 멜로디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 묘한 사운드는 한국이 세계화의 세례를 맞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에 혁신적인 트랙만 있는 건 아니다. 당시 유행했던 기성 가요들과 비슷한 곡 '마지막 밀회',"비디오 가수에서 오디오 가수로의 전환"이란 평이 따라붙었던 '나만의 것' 등의 몇몇 곡에선 1980년대의 흔적이 강하게 묻어난다.
데뷔와 동시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김완선이었지만 5집 활동 기간은 그에게 있어서도 전성기라 불릴 만큼 결정적인 시기였다. 무엇보다도 한국산 댄스 음악의 깊이가 다른 장르의 음악들에 비해 못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측면에서 그는 이 음반을 통해 가요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오른다. 당시의 신문은 김완선을 '한국의 마돈나'라고 칭하며 그의 음악을 해외 가수의 수준과 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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