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어디에나 있지만”, 혹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부고 소식 이후에야 빈곤을 발견한다. 📝이은기 기자
책은 경고로 시작한다. “나를 포함한 시민 대중도 빈곤의 연결망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다. 알아서 살아남기를 강요하던 국가 통치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족 바깥의 삶에 대한 무심함을 내면화한 채 ‘쓸모없는’ 생명의 축출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공조자다.” 책은 저자가 20여 년간 연구하고, 한국과 중국의 현장에서 목격한 빈곤에 대한 기록이다. 왜 빈곤 ‘과정’일까. 저자가 중국에서 만난 두 여성 쭤메이와 쑨위펀의 궤적에 주목해 읽었다. 쭤메이는 중국 선전에서 노동자 연쇄 자살로 악명 높은 아이폰 제조업체 ‘폭스콘 공장’의 여성 노동자다. 가혹한 노동환경에서도 적극적으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애썼던 그는 폭스콘을 나온 후 보험 판매·돌봄 노동 등을 거치면서 소외와 실패의 경험을 누적한다. 하얼빈의 쑨위펀은 홍수로 시골의 땅을 잃은 중년의 여성 농민공이다. 집을 찾기 위해 고향과 도시의 모델하우스를 오가지만 결국 어느 곳에서도 집을 구하지 못한다.
쭤메이와 쑨위펀에게 빈곤은 “실존의 결핍”을 메우려는 분투다. “세계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인 동시에 “자격 없음의 감각을 내면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끝없이 분투하면서도 주변인, 제도 등과 관계 맺으며 빈곤을 더 무겁게 짊어지게 됐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빈곤층을 곧바로 자립과 자활이 필요한 인간으로 상정하는 것을 두고, ‘가난의 시간성’을 언급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현재 모습만 보고 그 사람 전체를 알 수는 없다. 이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실패와 성공을 경험했는지. 무엇이 이 사람의 장점이고 욕구인지 알 수 없다.” “빈곤은 어디에나 있지만”, 혹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부고 소식 이후에야 빈곤을 발견한다. 곁의 빈곤을 포착하는 건 “빈곤의 연결망에 깊숙이 연루된, 공조자”인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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