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시 포럼] 시민사회 활동가의 고군분투 연대하기
현재 일하고 있는 단체에서는 외부용으로 직책을 사용하고 있다. 직책명을 정해야 할 때, 위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난감하기도 하지만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것이란 말에 애써서 머리를 쥐어짜 내곤 했다. 주어지는 게 아닌, 스스로 만드는 직책이란 점에서 자율성이 나름 보장된다고 생각하며 3년 차가 되던 해, '연대사업국장'이라는 직책을 스스로 지어주었다.
그러던 중, 동료와 함께 참여한 집회에서 동료가 자기 대신 발언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당시 동료가 발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음에도 결국 못하겠다고 답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나는 동료가 쓴 발언문을 내가 읽으면 '동료의 업적'을 빼앗는다고 생각했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상황이고, 내가 대신 발언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되었음에도 동료의 수고스러움을 '빼앗을까 봐' 걱정했다. 동시에 내 수고스러움을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도 함께 있었다. 그중에서도 구체적인 연대의 경험을 맺게 해준 건 한국여성노동자회에 곁을 내주고 함께하고 있는 소모임 페미워커클럽 멤버들이다. 페미워커클럽 멤버들과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꾸려가는데, 올해는 자신의 노동 이력을 살펴보고 서로를 인터뷰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이 일하고 살아가며 얼마나 많이 애써왔는지를 살피고,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며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다. 멤버들은 서로를 힐난하거나 재단하지 않으며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로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자기 경험을 하나둘 풀어놓는다.
소모임이 잘 운영되려면 기획만큼이나 이 공간에서 어떤 평등의 감각을 공유하고자 하는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성평등노동을 향해 활동하는 단체라고 하여 우리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보다는 우리가 공유하는 '성평등노동'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나누고, 평등의 감각을 함께 새겨나가려는 의지와 실천을 만들고자 한다. 그래야 연결되고자 하는 이들이 마음을 내어놓을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 곳에서나 연대가 피어오르지 않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연대 할 수 있는 공간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나조차 연대를 마음이 아닌 사업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일터와 삶터에서 맺고 있는 구체적인 관계들, 그 안에서 내가, 그리고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고민은 함께 나누고, 덧대어져 연결되고 확장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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